檢 “PD수첩, 명예훼손 여지 크다” 결론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PD수첩, 쇠고기협상 공직자를 ‘매국노’ 비유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전현준)는 MBC PD수첩이 지난해 4월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최근 PD수첩 제작진 6명에 대한 조사를 마친 수사팀은 이들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법률 검토를 거친 뒤 이러한 판단이 담긴 수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PD수첩이 정 전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했는지에 대해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이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위해 무리한 협상을 했다며 이를 한일강제합방 당시의 매국노에까지 비유한 것은 언론의 통상적인 정부정책 비판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위 절제술 후유증으로 숨진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vCJD)인 것처럼 보도한 것이나,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에 걸린 소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허위 사실 적시에 해당돼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언론보도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했더라도 취재 당시 그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으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e메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방송원고와 자막대본 원본을 방송 내용과 비교해 본 결과 원래 취재 내용과 다른 부분이 상당수 발견돼 그 같은 면책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제작진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기소대상 범위 등은 추가수사를 한 뒤 결론을 내기로 했다. 검찰은 방송이 나간 지 1년이 넘은 점 등을 감안해 이달 안에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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