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갚으면 죽어라” 3명 자살로 몰아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7분


대부업자에게 돈을 빌린 뒤 변제 독촉과 협박에 시달리던 채무자 3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충남 공주경찰서는 6일 채무자를 협박하고 폭행해 자살에 이르게 한 혐의(자살교사) 등으로 사채업자 한모 씨(56)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사채업 사무실 직원 변모 씨(36)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한 씨 등으로부터 돈을 빌린 사람들이 협박 등으로 시달린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채무자 3명의 자살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한 씨 등은 2006년 초 최모 씨(51·여)에게 연 120%(법정이율 상한은 연 49%)의 이율로 200만 원을 빌려준 뒤 최 씨가 이를 갚지 못하자 폭행하고 “돈을 갚지 못하면 차라리 죽어라”라고 협박한 혐의다. 경찰은 같은 해 7월 최 씨가 공주시의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한 씨의 사채업 사무실을 명기한 뒤 “죽어도 사채업자를 용서할 수 없다.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는 사채. 내가 죽어야 가족들이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한 씨 등의 협박에 시달리다 못해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찰조사 결과 한 씨 등으로부터 2004년 11월 500만 원을 빌렸던 김모 씨(53)는 이듬해 2월 공주시의 자신의 집에서, 2007년 1월 5000만 원을 빌렸던 황모 씨(54)는 같은 해 7월 공주시의 한 공원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한 씨 등이 2005년부터 최근까지 4년여 동안 영세 상인과 가정주부 등 157명에게 약 3억 원을 빌려준 뒤 연리 120%의 높은 이자를 적용해 모두 12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을 확인했으며 추가 범죄에 대해 조사 중이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