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직시장 꽁꽁? 광고-IT-의료제약은 봄날!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7분


■ 본보-헤드헌팅사 커리어케어 ‘기업 스카우트 수요’ 조사

《#1. 외국계 A자산운용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 김모 씨(37)는 지난해 말 구조조정을 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국 지사가 자체 운용해 온 미러(mirror) 펀드의 판매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A사는 마케팅팀 직원의 70% 정도를 일시에 해고했다. 김 씨는 펀드 마케팅 경력을 살려 몇몇 국내 자산운용사에 이력서를 냈지만 오라는 곳이 없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이미 직원을 대거 충원한 데다 증시가 예전 같지 않아서다.

#2. B제약업체 대표는 최근 인사팀 직원들에게 임상시험 위탁업체(CRO) 인력을 대거 영입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제약시장 개방에 대비해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약물 효능을 테스트하는 임상시험 인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B사는 충원해야 할 인력이 워낙 많아 자체 영입을 포기하고 헤드헌팅업체를 찾았다. B사 대표는 “올해부터 약대가 6년제로 바뀌면 향후 2년간 약사 인력도 절대 부족해질 것”이라며 “제약업체 사이에서 인력 스카우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대부분의 업종에서 고용시장이 급격히 위축됐지만 ‘광고홍보, 정보기술(IT), 의료제약’ 분야는 오히려 기업들의 스카우트 수요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 이후 경기 회복이나 시장 개방에 대비해 기업들이 관련 인력을 늘리고 있어서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불황기에도 적절한 인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교훈이 이직시장에도 일부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 대형 병원, 의료기획 통역 관련 인력 늘려

6일 동아일보가 국내 최대 헤드헌팅 회사인 커리어케어와 함께 ‘업종별 스카우트 수요’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헤드헌팅을 의뢰한 기업은 총 1231개로 지난해 1분기(2112개)보다 4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에 등록된 채용공고는 22만5710건에서 16만5374건으로 26.7% 줄었다. 경기 불황을 맞아 스카우트 시장이 공개 채용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더 얼어붙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스카우트 시장 한파에도 불구하고 △광고홍보(46.2%) △전기전자 반도체(3.4%) △의료제약(3.1%) 등 3개 업종은 나머지 19개 조사대상 업종과는 달리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광고홍보 분야의 높은 증가세는 기업이 어려울수록 경기 회복에 대비해 생산라인은 줄여도 영업이나 마케팅 업무는 강화하는 추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전자 반도체 분야의 이직 수요는 최근 삼성전자 등이 휴대전화와 가전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과 관련이 있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사장은 “최근 휴대전화 부문 위주로 마케팅과 연구개발, 해외 인력 채용에 대한 IT 기업들의 요청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의료제약 부문은 의료 및 제약시장 개방을 앞두고 대형 병원과 제약회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형 병원들은 최근 정부가 지원 의사를 밝힌 의료관광에 대비해 통역과 의료기획 인력을 집중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이 밖에 통신업종과 생활소비재 부문도 작년과 같은 수준의 의뢰 건수를 기록해 나름대로 선방했다.

○ 이직시장에 드리운 불황의 그늘

반면 △공기업(―88.2%) △학원(―84.6%) △항공 여행(―75%) △물류운송(―71.6%) △석유화학(―71.6%) 등의 업종은 70∼80%대의 높은 스카우트 수요 감소 폭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공기업 기관장들이 대폭 물갈이되면서 올해 공기업의 스카우트 수요는 확 줄었다. 나머지 업종은 불황에 따른 업황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 중 항공과 물류운송 분야는 지난해 고유가, 고환율에 이어 올해 글로벌 경제위기로 여객 및 화물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투자은행(IB) 붐이 불면서 인력을 크게 늘렸던 금융부문도 금융위기 여파로 이직 수요가 46.5%나 감소했다.

이런 움직임은 실제 업황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보건업(9.7%)의 전년 동월 대비 생산지수는 늘었으나 자동차(―20.1%)와 운수업(―10.4%) 등은 감소세를 보였다. 채용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채용공고가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물류운수(―54.0%)로 △기계자동차(―46.5%) △항공여행(―36.1%) △전기전자 반도체(―35.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신 사장은 “이직을 원하는 직장인이라면 불황기에 이직 수요가 늘어난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어려워도 마케팅과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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