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건호씨 출처 불분명 외환거래 흔적 포착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7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 씨가 20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가기에 앞서 차 안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 씨가 20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가기에 앞서 차 안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정보분석원 자료 분석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 이틀에 한 번꼴로 대검 중수부로 불려와 조사를 받고 있다. 20일 다섯 번째로 검찰에 출석한 노 씨는 미국 유학 시절 금융거래 명세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그동안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받은 노 씨의 해외 금융거래 명세와 노 씨가 스스로 제출한 미국 은행 계좌에서의 금융거래 명세를 비교분석해 왔다.

노 씨를 네 번째로 소환 조사했던 17일 검찰은 “더 조사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했지만 이틀 뒤엔 “노 씨가 제출한 자료와 FIU에서 받은 자료에 서로 다른 부분이 있어서 확인할 필요가 생겼다”고 밝혀 ‘상황 변화’를 시사했다.

검찰은 FIU 자료에서 노 씨가 제출한 자료에는 없는 불분명한 외화 자금 거래를 한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전해 받았다는 100만 달러를 노 씨가 사용한 흔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2007년 6월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통해 전달된 100만 달러에 대해 권 여사가 “채무 변제를 위해 박 회장에게 요청해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 여사는 누구에게 빚진 것인지, 언제 갚았는지 등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권 여사가 돈을 전달받은 다음 날인 2007년 6월 30일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차 미국 시애틀을 중간에 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100만 달러가 노 씨의 유학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당시 이 자금이 노 씨에게 건네졌을 가능성 때문에 시애틀 총영사를 지냈던 권찬호 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받은 ‘3억 원’의 경우처럼 이 100억 원의 용처 가운데 일부라도 확인해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이다.

검찰은 또 이 FIU 자료로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송금받은 500만 달러와 노 씨의 연관성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의 수사 과정에서 노 씨가 미국에서 사용하던 계좌를 통해 국내외로 거래한 부분이 국내 환전기록 등과 다른 점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으며, 500만 달러 자금 거래와 관련해 연 씨와 노 씨, 그리고 연 씨 회사 직원들 간에 진술이 엇갈린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노 씨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씨와 사위 곽상언 변호사 부부의 계좌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연 씨 부부가 2006년 미국에 연수를 갔을 때 한국 쪽에서 송금받은 기록을 확인해보겠다는 것이다. 곽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전화에서 “계좌추적을 한다면 혐의가 있어야 할 텐데 도대체 무슨 혐의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초점이 노 전 대통령에게 맞춰져 있어 권 여사와 노건호 씨에 대해선 사법 처리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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