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안양외고 전교생 ‘수학 짱’ 변신

  • 입력 2009년 3월 10일 03시 01분


철저한 개념이해 학습… 별도 준비없이 경시대회 석권

안양외고가 ‘수학 잘 하는 외고’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수학경시대회(KMC),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 등 큰 수학경시대회에서 최근 수년 연속으로 최우수 학교에 선정되고 있는 것.

경시대회를 대비한 별도의 수업도, 특별 지도도 없다는 이 학교는 체계적인 수학교육 시스템을 그 비결로 꼽았다. 한 학생이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3년간의 ‘수학 공부 로드맵’을 학교가 철저히 짜준다는 것이다. 안양외고를 찾아 수학 잘 하는 학교로 거듭 나는 비결을 살펴보았다.

○비결 1=연 4회 치르는 수학 서술형 평가

안양외고 학생들은 연간 8회 시험을 본다. 중간고사, 기말고사처럼 수능시험에 초점을 맞춘 정기고사가 4회고, 정기고사 외에 치르는 수학 서술형 평가가 4회다.

학생들로선 마음이 편할 수 없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고 한숨 돌리는 때(4, 6, 9, 11월)에도 수학 시험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달 시험을 보니 꾸준히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교사들로서도 쉽지 않다. 특히 수학교사들은 1인당 100명의 답안지를 채점한다. 서술형 평가라 한 명의 답안지를 채점하는 데 최소 5분은 걸린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사이에도 채점이 계속되다 보니 “채점 끝나면 출제, 채점 끝나면 출제”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정규 수업시간 이후 8교시에 1, 2학년 학생이 일제히 시험을 보기 때문에 다른 과목 교사들도 모두 시험감독으로 들어간다.

안양외고가 수학 서술형 평가를 고집하는 것은 학생들을 위해서다.

이충실 교장은 “외국어고이다 보니 영어는 잘 하는데 수학에서 발목이 잡히는 학생들이 종종 있어서 수학 서술형 평가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수학 서술형 평가는 한 시간을 주고 3∼5문제만 풀게 하는 시험. 개념을 철저히 이해하지 않으면 풀 수 없도록 ‘∼을 증명하라’식의 문제를 출제한다(그래픽 참고). 단답형 문제에 익숙한 학생들은 처음엔 서술형 문제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이내 풀이과정을 쓰는 데 익숙해진다.

이 학교 김도훈 교무부장은 “처음에는 대학 수리논술을 대비해서 만든 시험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각종 수학경시대회에서도 상을 타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비결 2=잘하는 학생도 못하는 학생도 좋아할 수학 방과 후 수업

안양외고의 수학 방과후 수업은 사설 학원 못지않게 레벨이 세분되어 있다. 수능 모의고사 성적에 따라 수학클리닉반(전 학년 복습), 진도반(수업진도와 동일), 선행반(반 학기 예습), 심화문제풀이반(고난도 문제풀이)의 4개 반으로 나눠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한다. 해마다 한 학년에 3, 4개 반이 개설되고 한 반에 40명 정도의 학생이 듣고 있으니 참여율도 높은 편이다. 이와는 별도로 전체 학년 대상의 수리논술반도 개설되어 있다.

이 학교의 방과후 수업은 철저히 ‘학생 중심’으로 이뤄진다. 3월에 1, 2학년을 대상으로 한 ‘흥미 및 관심 설문조사’를 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주제의 수업을 기획하고 개설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술로 배우는 수학’처럼 정규 수업시간에는 하기 힘든 창의적인 특강들이 속속 등장하게 됐다. 이런 수업들은 경시대회를 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홈페이지에 방과후 수업 강의 목록을 쭉 올려놓으면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한다. 수강신청 인원이 18명 미만이면 그 강의는 자동 폐강. 평소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다음 학기 수강신청 인원이 결정되니, 교사들도 늘 최선을 다한다. 학생들은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고, 학교로선 사교육을 막고 교사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 좋은 셈이다.

○비결 3=학생 절반이 매년 수학경시대회 출전

안양외고는 학생들이 수학경시대회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 1, 2학년은 50% 이상, 3학년은 30% 이상의 학생들이 매년 수학경시대회에 출전한다. 덕분에 매년 수학경시대회에서 50명 이상의 학생이 상을 타온다.

이 학교 함광식 연구부장은 “매년 미국 일본 호주 등지에 있는 명문학교를 찾아가 신선하고 창의적인 수학교재와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본다”면서 “이런 수학교재를 연구해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학생들에게 풀어보게 하는 것도 수학경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는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대개 1년에 5, 6회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한다. 안양외고 수학 교사들은 한국수학경시대회(KMC),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 국제수학급수시험(IMC) 등 3개 대회에만 학생들을 내보낸다.

김 교무부장은 “너무 많은 대회에 내보내기보다는 대학에서 인정해주는 큰 규모의 수학경시대회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의 경우 난이도가 높아 소수의 학생들만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경기 안양시=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수학이 탄탄하면 다른 과목도 골고루 튼튼해지죠”

‘수학 개혁’ 이충실 안양외고 교장

안양외고 이충실 교장(53·사진)은 7년 전 수학 서술형 평가를 도입하고 수학교육 시스템을 체계화한 주역이다.

이 교장은 인터뷰 내내 “수학은 대학 진학 계열에 관계없이 어떤 학교에서든 반드시 중시해야 할 기본 과목”이라고 강조했다. 수학적 사고체계를 탄탄히 해두면 다른 과목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진로 결정 등 올바른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도 수학이 필요하겠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반드시 수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이 교장은 “외고 입시에서 수학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학생들은 입시에 들어가는 과목을 열심히 하기 마련이라, 외고 입시에 수학시험이 없으면 당장 수학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외고 학생도 수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학습에 있어 기형적으로 성장하는 학생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 교장은 “균형 있는 학생들을 키워내려면 외고 입시도 수학이 포함된 균형 있는 선발시험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외고 입시에서 수학 시험이 빠진 건 2009학년도부터.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은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수학 시험(창의사고력 시험)이 올해부터 빠진다’는 전형안 발표를 들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안양외고는 소수로 진행되던 기존 수학클리닉 반의 규모를 키워서 운영할 계획이다. 신입생들의 실력을 알려면 한 학기 정도는 두고 봐야 하지만, 일단 2, 3학년 학생들보다 수학 실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교장은 “올해 우리 학교의 대입 실적이 괜찮았던 것도 수학교육이 잘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9학년도 수능시험은 수학이 특히 어려웠는데, 학교에서 수학교육을 충실히 받은 학생들이 수학시험을 잘 치렀고 대학 진학에도 성공한 것이라고 자평한다.

경시대회 수상 실적도 매년 좋아지고 있다. 올해 IMC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2학년 이성섭 군이 대상을 탄 것을 비롯해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 등 각종 수학경시대회에서 수상자가 많은 학교에 주는 최우수 학교 상을 타고 있다.

경기 안양시=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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