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특별한 내 남친에게 특별한 초콜릿!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녹여서 글씨쓰고 형형색색 장식… 밸런타인데이 정성

“일단 초콜릿 덩어리를 스테인리스 그릇에 넣고 뜨거운 물에 담아 녹여요. 하트, 별, 나뭇잎 모양의 틀에 녹인 초콜릿을 붓고 그 위에 별 사탕이나 아몬드, 말린 살구를 잘게 잘라 뿌리면 완성돼요. 이런 초콜릿은 기본이고요. 제 야심작은 ‘초콜릿 편지’예요. 다크 초콜릿을 녹여 ‘짤주머니’(크림 등을 넣고 눌러 짜 쓰는 제빵용 주머니)에 넣고 화이트초콜릿 위에 글씨를 쓰는 거죠.”

요즘 여중생 사이에선 초콜릿 직접 만들기가 유행이다. 인터넷으로 초콜릿 만들기 세트를 구입해 설명서에 따라 만드는 것. 중학교 3학년 김모 양(15·서울 송파구 송파동)도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남자친구에게 줄 초콜릿을 일주일 동안 만들었다. 이성친구가 없는 학생들도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한다. 친한 친구에겐 우정의 의미로, 새로 만난 친구에겐 ‘친해지고 싶다’는 관심의 표시로 초콜릿을 준다. 소원했던 관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초콜릿을 선물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밸런타인데이는 교우관계 재정립의 날인 셈.

남자친구가 없다는 중학교 2학년 고모 양(14·경기 김포시)도 친구의 특징이나 별명, 기호까지 고려해 딱 맞는 초콜릿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평소 딸기 맛 아이스크림만 먹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겐 딸기, 레몬, 멜론처럼 과일맛 초콜릿을 선물해요. 별명이 ‘곰돌이 푸우’인 친구에겐 곰 모양 초콜릿이 ‘딱’ 이죠. 진짜 ‘절친’(‘절친한 친구’의 줄임말)에겐 남자아이 모양의 초콜릿을 줘요. 내년은 싱글에서 탈출하자는 부적의 의미로요.”

달콤 쌉쌀한 초콜릿을 친구들끼리 나눠 먹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이벤트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바로 ‘고백’이다. 평소 좋아하는 남학생 또는 남자 선배에게 고백하는 여학생이 적지 않기 때문. 커다란 바구니에 인형과 초콜릿을 가득 담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여학생도 있다.

중학교 2학년 장모 양(14·대전 대덕구)은 “아침 일찍 등교해 좋아하는 남자애의 책상 위에 선물을 올려놓고 휴대전화 문자로 고백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친구들에게 ‘누구에게 고백할 예정이니 분위기를 띄워 달라’고 요청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밸런타인데이가 즐거운 이유는 공개적으로 인기투표가 진행되기 때문. 이날 여학생은 ‘유권자’, 초콜릿은 ‘투표권’이나 마찬가지다. 하교할 때쯤이면 초콜릿을 가장 많이 받는 ‘인기 짱’이 누구인지 교내에 소문이 쫙 퍼진다. 이른바 ‘꽃 미남’ 또는 ‘훈남’(‘훈훈한 남자’의 줄임말)으로 통하는 인기 학생은 보통 큰 쇼핑백 대여섯 개 분량의 초콜릿과 선물을 받는다.

“밸런타인데이엔 마냥 설레고 즐겁지만 한 달 뒤에 돌아올 화이트데이를 생각하면 살짝 긴장되기도 해요. 혼자만 빈손으로 돌아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친한 남자애들에게는 미리 초콜릿 바를 하나씩 돌렸어요.” 장 양의 얘기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