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LEET]법학적성시험 ‘언어이해’의 독해 방법

  • 입력 2009년 2월 16일 02시 58분


《제 1회 법학적성시험(LEET)에서 ‘언어이해’ 영역 총 40문항이 출제됐다. 이중 1∼4번은 어휘 어법 문제였고, 나머지 36문제는 지문 제시형 문제였다. 지문 제시형 문제는 ‘지문-문제-선택지’라는 일정한 형식으로 출제된다. 문학 또는 비문학이 지문으로 제시되며 1개 지문에 3문제가 출제된다.

언어이해 과목 역시 비슷한 형태의 다른 시험과 마찬가지로 ‘지문’을 잘 읽고 ‘문제’의 의도를 고려해 ‘선택지’를 잘 골라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문을 잘 읽는다’는 것은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 구체적인 방법론을 담고 있지는 않다.

지문 읽기를 위한 대중적인 조언인 ‘정독’이나 ‘꼼꼼히 읽기’ 역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읽으라는 것인지 뚜렷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를 보면 독해 이론과 구체적인 독해의 실천 사이는 꽤 멀어 보인다.

체화되지 않는 독해 이론은 이 밖에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독해의 첫걸음으로 많은 사람이 ‘핵심어 파악’을 제시한다. 핵심어는 글 전체로 확산되는 사고의 출발점이며,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아가 필자의 견해를 발견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해 이론에서 ‘핵심어의 파악’은 첫 손에 꼽히는 지문 접근법이다. 하지만 ‘핵심어’는 글을 다읽은 다음에야 분명하게 파악된다. 한 문단의 핵심어를 파악하려면 적어도 그 문단 전체를 다 읽어야 한다.》

하지만 한 문단을 모두 읽은 후에야 핵심어를 파악할 수 있고, 다시 핵심어를 중심으로 문단을 재구성한다면 비효율적인 읽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읽자마자 바로 그 뜻을 파악해야 하는 시험의 특성상 엄청난 시간 낭비를 감수해야 하는데다 독해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정리를 위해 생각을 멈추어야 하기 때문에 사고가 단절될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부분의 독해 이론은 실제 독해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 예시 1

『판구조 이론이 도입된 이후 국내외 지질학자들은 한반도가 어디에서 이동해 왔는지, 그리고 한반도가 원래부터 한 조각이었는지 아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여 왔다. 1980년대에 이르러 중국 남부와 북부가 서로 다른 판이었으며 이들이 서로 충돌하여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러자 남중국판과 북중국판 간의 충돌대인 다비-수루 벨트가 한반도까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한반도 형성 과정에 대한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에는 수년 전 충청남도 홍성 지역에서 발견된 에클로자이트라는 암석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1회 LEET 기출문제]』

이 지문의 핵심어는 무엇일까? 핵심어로 ‘다비-수루 벨트’ 또는 ‘에클로자이트’를 고를 수 있겠지만 사실 실전 독해 과정에서 핵심어를 무엇으로 정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위의 문단을 ‘판 구조론 도입→한반도 기원에 대한 의문→다비-수루벨트 한반도 연결 가능성 제기→ 에클로자이트의 역할’로 확인하는 것이 더 빠르고 쉽다. 핵심어는 내용 확산의 출발점이지만 핵심어를 파악할 수 있는 건 정밀한 독해가 끝나고 내용을 재구성한 다음이다.

핵심어는 고정되고 정적인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지문을 ‘흐름’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더욱 쉽고도 실천적인 방법이다. 더구나 핵심어를 파악한다고 해서 이어질 문단을 예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문을 사고의 흐름으로 본다면 위 지문 뒤에 이어질 내용이 ‘에클로자이트라는 암석의 특징’ ‘에클로자이트 발견의 의미’ ‘에클로자이트와 충돌대의 관련성’ 등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독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원론적인 독해 이론보다는 구체적이면서 실전적인 방법이다.

가장 좋은 독해 방법은 우선 구체적이면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또 앞으로 이어질 내용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문제 풀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실전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 1’에 포함된 지문에서 어떤 문제가 출제될 수 있을까? 개념의 확인, 개념과 개념의 관계, 숨겨진 내용의 추론, 필자의 견해 및 관점 추론, 독자의 반응 문제 등 많은 문제가 가능하다. 실전에서는 ‘에클로자이트’에 대한 설명을 물었다. 이것은 지문에서 ‘에클로자이트’에 대한 설명을 꼼꼼하게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황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지문-문제-선택지’가 놓여 있을 때 수험생은 먼저 지문을 세심하게 읽어야 한다. 핵심어도 파악하고 문단별 주지도 정리해야 한다. 또 정보 간의 관계와 문맥적 의미도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관점이나 태도, 견해를 파악한 뒤 독자의 반응까지 예측해 봐야 한다. 그 밖에도 지문 속에 등장한 주장에 대해 비판해 보는 등 지문을 읽으면서 해야 할 일은 매우 많다. 다음 예시를 살펴보자.

○ 예시 2

『a.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b. 위 글의 핵심 주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c. <보기>의 ㄱ, ㄴ을 [A]의 개념으로 바르게 나타낸 것은?』

‘b’를 보면 해당 지문이 지닌 핵심 주장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c’를 보면, [A]의 개념을 <보기>에 제시된 내용을 파악할 정도까지 이해해야 한다. 물론 지문 독해 과정에서 [A]를 뛰어넘고 문제를 풀 때 <보기>의 ‘ㄱ, ㄴ’이 [A] 개념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문제를 확인하고 지문을 독해한다면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시험문제와 관련해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가’와 같은 독해 수준과 정도의 문제는 항상 제기된다.

하지만 문제를 먼저 읽는 것이 단순하게 필요한 것만 독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의 ‘예시 2’에 제시된 문제로 보아 평소 지문을 독해할 때 핵심에 대한 파악과 주요 개념에 대한 파악 및 적용, 세부 정보에 대한 분석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언어이해’ 시험을 위한 독해연습 과정에서 예비시험 및 제1회 기출문제 유형을 확인해 주로 무엇을 묻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고 그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지문 접근 방법(독해 방법)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예시를 보자.

○ 예시 3

『d. 위 글에 나타난 ‘근심’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e. ㉠∼㉤을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f. ‘파우스트’의 인물형을 <보기>와 같이 해석할 수 있다고 할 때, 위 글에서 표현하고자 한 ‘파우스트’의 면모에 가장 가까운 것은?』

희곡 지문인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출제된 문제들이다. ‘d’는 인물에 대한 이해를, ‘e’는 문맥적 의미의 확인, ‘f’는 구체적 인물의 보편화를 작품 해석에서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문학 지문을 읽을 때는 인물을 중심으로 감상해야 하며 문맥적 의미를 확인하고, 구체적 인물이나 사건의 일반화 등에 초점을 맞추어 독해해야 한다.

이와 같이 기출 문제를 통해 지문에서 중점을 두고 독해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에 따라 연습할 필요가 있다. 다음 예시를 살펴보자.

○ 예시 4

『단락 1: 포유동물의 정소-정낭으로 이동→온도 낮음←정자 생산에 알맞은 환경

혈액 공급→온도 높아짐→ 체온보다 온도 낮게 유지 필요

<질문> 정소는 어떠한 방법으로 온도를 체온보다 낮게 유지할까?

단락 2: 역류열전달 이론-정소 온도의 항상성 유지 방법 설명

←정소 정맥이 정낭 동맥을 감싼 망사 구조를 이룸→정낭동맥 온도↓

단락 3: 역류열전달 이론 단점-정소 온도를 어떻게 체온보다 낮추는지 설명 못함

⇒ 스칸단 연구진의 가설: 정낭이 열을 발산하기에 적합한 구조』

‘예시4’는 지문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에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생각해 보자. 과학 지문은 내용 이해가 쉽지 않으므로 ‘일치 또는 불일치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이론과 가설이 소개된 정도이므로 ‘글쓴이의 견해 문제’는 나올 가능성이 없다.

실제로 문제에서 ‘일치하지 않는 것’을 물었는데 그 답은 ‘역류 열전달 이론은 정소로 혈액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기제를 설명한다’는 것으로 지문의 내용과 다른 진술이었다. 일반적으로 일치 또는 불일치를 묻는 문제는 세부적인 정보에 대한 질문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답이 된 진술은 핵심적인 개념인 ‘역류열전달 이론’에 대한 것이었다.

출제자는 지엽적인 내용이 아니라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또한 ‘역류열전달 이론’의 기제와 ‘스칸단 연구진의 가설’의 기제가 설명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됐는지 질문할 수 있다. 실제 문제에서는 ‘역류열전달 이론’을 적용해 양의 부위별 혈액 온도에 대한 설명을 물었다.

○ 예시 5

『이 이론은 여러 동물 실험을 통해 지지되었는데, 정소가 정낭 속에 있는 양(羊)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정낭 동맥에서 ㉠39°C였던 혈액 온도가 정소 동맥에서는 ㉡34°C로 낮아졌다가, 정소를 통과한 후 정소 정맥에서는 ㉢33°C가 되고 정낭 정맥에서는 ㉣38.6°C로 다시 높아짐을 보여 주었다.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은 양의 체온과 비슷할 것이다.

② ㉠에서 ㉡으로의 변화는 정소 정맥이 정낭 동맥의 열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③ ㉠에서 ㉡으로의 변화와 ㉢에서 ㉣로의 변화는 망사 구조의 기능 때문이다.

④ ㉡에서 ㉢으로의 변화는 역류 열전달 이론에 의해 설명된다.

⑤ ㉢에서 ㉣로의 변화는 정소 정맥이 정낭 동맥의 열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이 지문과 관련된 마지막 문제는 스칸단 연구진이 제안한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으로 적절한 것을 선택지에서 있는 대로 고르라는 문제였다. 이것은 지문에서 제시된 스칸단 연구진의 가설을 강화 또는 약화시킬 수 있는 사례를 구별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지문은 처음부터 지문에 따른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기출 지문과 문제를 분석하면서 어떤 지문에 어떤 문제가 따르는지 예상하고 확인해 봐야 한다.

이렇게 ‘언어이해’ 과목을 위해서는 무작정 꼼꼼하게 읽기보다는 독해 방법을 다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은 구체적이면서도 실천적인 것이어야 한다. 정리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독해 이론은 반드시 체화시켜야 한다. 문제에 따라 독해 방법을 달리할 필요도 있다. 지문에 따라 제시될 문제를 예상해 보는 것도 실전적인 독해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이산영 PLS 언어이해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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