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아,꽃남! 일주일 어떻게 기다려”

  • 입력 2009년 2월 10일 04시 42분


“아, 일주일 어떻게 기다려. 왜 딱 재밌을 때 끝나는 거야. ㅠㅠ”

매주 월, 화요일 밤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사진·‘꽃남’)가 끝나면 TV 앞에 앉은 초중고생의 입에선 옅은 한숨소리가 흐른다.

“잘생겼지, 키 크지, 똑똑하지, 돈 많지. 어떻게 이 구준표가 싫을 수 있어?”라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 구준표(이민호)의 대사처럼 ‘샤방샤방’(매우 아름답게 빛난다는 뜻을 가진 신조어)한 ‘F4’(Flower 4의 약자로, 이 드라마에 나오는 꽃미남 4인방)가 등장하면 설거지하던 엄마까지 TV 앞에 앉는다니 인기를 실감할 만하다.

원래 ‘꽃남’은 ‘15세 이상’으로 시청자를 한정하고 있지만, 엄마가 초등생 딸과 나란히 TV 앞에 앉아 ‘아, 구준표 같은 남자 한번 사귀어봤으면…’ 하고 불가능한 환상을 품는 것이 현실.

잘 들여다보면 ‘꽃남’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학년별로 다르다.

먼저 초등생. 최근 ‘꽃남’ 열풍은 초등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게임 ‘메이플 스토리’와 ‘카트라이더’의 인기를 넘어설 정도다.

서울 J초교 4학년 A 군은 “쉬는 시간에 여자애들은 구준표랑 금잔디(여주인공), 윤지후(또 다른 남자 주인공) 얘기를 하고 남자애들은 ‘꽃남’ 주제가를 부른다”면서 “케이블TV에서 하는 재방송을 보거나 인터넷 다시보기를 통해 1편부터 모두 챙겨보면서 ‘복습’을 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앞 문방구엔 ‘꽃남’ 주인공들의 사진이 담긴 미니 카드가 등장한 지 오래.

다음은 중학생. 시간과 용돈과 열정을 본격 투입하기 시작한다. 원작 만화책을 빌려본다. 주제가를 휴대전화 벨소리로 내려받고 ‘구준표’ 사진은 휴대전화 초기화면에 깔아놓는다.

서울 H중학교 2학년 B 양은 “주말엔 ‘꽃남’이 방영되는 월, 화요일을 기다리며 산다. 평일엔? ‘꽃남’ 팬 카페에서 활동한다”면서 “인터넷에서 대만과 일본판 ‘꽃남’ 드라마를 내려받아 한국판과 캐릭터를 비교 분석하다보면 행복이 뭔지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꽃남’ 생각에 학원 강의까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학생도 부지기수.

올해 수능을 앞둔 예비 고3들도 ‘꽃남’의 유혹을 피해가진 못한다.

경기도의 한 외국어고 2학년인 J 양은 “야자(야간자율학습)가 밤 10시 반에 끝나는데 월, 화요일엔 ‘꽃남’ 방송시간에 맞추려고 친구들이 야자를 빼먹을 정도”라며 “안 보면 다음 날 애들과 대화가 안 되기 때문에 별 수 없다. 스트레스 받는 수험생들에게 ‘꽃남’은 유일한 삶의 활력소다. 절대 포기 못한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J 양에게 사준 PMP(휴대형 멀티미디어 재생기)에는 인강(인터넷 강의)과 함께 이 드라마가 첫 회부터 가득 들어 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