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생-조카 상대로…前대통령의 ‘쩐의 전쟁’

  • 입력 2009년 1월 21일 16시 37분


◆병상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金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월 21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박제균 앵커)투병 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금전을 둘러싸고 친동생과 10여건의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동생이 세운 회사는 자신이 맡긴 비자금으로 만들었다며 되돌려달라는 소송인데요, 문제는 회사를 되돌려 받더라도 추징금으로 모두 국가에 귀속된다고 하는 점입니다.

(김현수 앵커) 언뜻 보면 이겨봤자 얻는 게 없어 보이는 소송에 왜 매달리고 있는지 법원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부 이종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먼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동생과 조카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집안싸움의 개요를 설명해 주시죠.

(이종식) 네,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뺏은 혐의 등으로 1997년 징역 17년과 추징금 2600억 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1998년 과 91년 비자금 120억 원을 동생 재우 씨에게 맡겼습니다. 재우 씨는 이 돈으로 아들 호준 씨와 함께 냉장업체인 ㈜오로라씨에스를 차린 것이죠. 호준 씨는 아버지가 1999년 국가로부터 추심금 소송을 당해 120억 원을 국가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자, 이를 피하기 위해 회사 보유 부동산을 자신의 유통회사에 헐값으로 넘긴 혐의로 기소된 바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동생 측이 배임행위를 했다고 판단하고 임원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동생 측이 반발하자 소송에 들어간 것입니다.

(박 앵커) 대통령을 하면서 축재한 분이 배임행위로 소송을 냈다는 게 아이러니군요. 현재 법원에서는 어떤 소송들이 벌어지고 있나요.

(박)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동생과 조카 등을 상대로 회사 주식을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가처분 신청을 처음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회사가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의 돈으로 설립됐다는 점을 인정해 줬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생 측 손을 들어 준 판결도 나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조카 호준 씨가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29억원 가량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는데요, 수원지법은 회사가 노 전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라며 각하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돈을 맡기면서 관리 방법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고 그동안 회사 경영에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섭니다. 현재 회사를 둘러 싼 이들 형제의 소송은 10여건이 더 있습니다.

(김 앵커) 법원에서 소송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텐데, 양쪽의 주장은 어떻게 갈리고 있습니까.

(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돈으로 회사를 차렸기 때문에 자신이 이 회사의 실질적인 1인 주주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동생 측은 이 돈 가운데 일부인 28억원으로 회사를 세운 뒤 수차례 증자 과정을 거치면서 회사를 지금껏 키워왔기 때문에 회사의 법적 소유권자는 자신들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 앵커) 노 전 대통령의 건강 상황이 안 좋다고 하던데요?

(이) 노 전 대통령은 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2년 전립선 암수술을 받은 뒤 약물 치료를 해 오다 지난해 초 폐렴 증세로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소뇌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희귀병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최근 한 지인은 "휠체어를 타고 병실 내를 움직일 정도로 몸이 나아졌지만 혼자서 걷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김 앵커). 이렇게 건강이 안 좋으신 분이 돈 문제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가는 데요.

(이) 네. 사실 노 전 대통령은 소송에 이겨도 승소 금액을 모두 추징금으로 빼앗기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이득이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추징금을 완납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추징금은 당사자가 사망해 완납하지 못하더라도 가족들이 대신 낼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비싼 수임료까지 내면서 소송을 벌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 등이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만약 소송 도중 추징금의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소송에 이기게 되면 회사는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박 앵커)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납부는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요.

(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추징 선고액 2600억원 가운데 90%에 가까운 약 2340억원을 받아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도 노 전 대통령이 은닉한 재산 62억 원을 추가로 추징했습니다. 앞으로 동생과의 소송을 통해 획득한 지분 등도 추가로 추징할 예정입니다.

(박앵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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