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부속]박석재 원장이 말하는 ‘천재소년’ 송유근

  • 입력 2009년 1월 15일 11시 44분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원장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원장
‘물리 신동’ 송유근(12) 군이 한국천문연구원 석사과정을 밟게 된 데에는 후원자인 박석재 원장의 역할이 컸다. 14일 박 원장은 “유근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면 나라의 망신”이라고 생각해 교육을 자처하고 나섰다고 한다. 박 원장은 “유근이의 장래에 관해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떻게 유근이를 받게 되셨는지.

앞으로도 이공계에 소질 있는 청소년이 있으면 반드시 선배 과학자들이 봐준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 게다가 제 전공이 천문학 쪽에서도 수학에 가까운 일반상대성이론 분야다. 유근이를 천문학을 시킬 생각은 없고, 수학 중 가장 기초적인 분야를 공부 시켜서 15살 정도에 박사를 딸 수 있도록 하면 그 이후에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지 않겠나. 제가 유근이를 과거 3시간 씩 10번을 가르쳤는데, 아이가 재능있다는 것을 알아봤다. 저는 유근이가 우리나라의 ‘보장 자산’이라고 본다. 유근이 같은 어린이가 성공하지 못하면 그건 나라 망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서게 됐다.

-교육은 어떻게 시키실 것인지.

이미 머리 속에 다 있다. 유근이의 단점은 독학을 많이 해서 실력이 울퉁불퉁 하다. 그것을 고르게 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중3 수학이면 인수분해, 2차 함수, 2차 방정식이 있는데 이 중 2차 함수는 잘하는데 인수분해는 약하다면 학문적으로 자신감이 없다. 첫 학기는 옛날에 유근이를 가르쳤던 교재(‘우주를 즐기는 지름길’)로 싹 정리를 해 주려 한다. 첫 학기는 독하게 하려고 한다. 자정에 숙제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매주 숙제를 내 주려고 한다. 좋은 스승을 모셔서 두 번째 학기까지는 기초를 다 마치려고 한다.

그 다음 해에는 상대성이론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2년차 마지막 부분에 처음 논문을 정리할 것이고 그 안에 물리 수학 천문을 세 분야를 다 할 것이다. 그 다음 과정은 아직 열어두고 있다.

-유근이를 가르치는 과정을 책 등으로 정리해 놓을 생각 없으신지.

유근이 교육일지는 저절로 나올 것 같다. 나도 갑자기 인생의 숙제가 하나 더 생겨서 좋다. 내 인생에 해야 할 일으로 유근이 교육을 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저더러 ‘당신이 애들을 가르쳐 본 일은 있느냐’고 따져 묻는데, 나도 교육은 많이 해봤다. 인하대를 다니던 유근이가 즐겨봤던 ‘우주를 즐기는 지름길’도 내가 쓴 책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김영사 ‘앗!시리즈(과학·자연)’의 ‘블랙홀이 불쑥불쑥’도 내 책이다.

2006년 4월에 유근이에게 ‘우주를 즐기는 지름길’을 줬는데 얼마되지 않아 책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걸 보고 내가 직접 가르쳐 주마 해서 자연스럽게 만났다. 열 번 가르치고 나서도 유근이를 맡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솔직한 얘기로 욕먹을 일이 더 많을 텐데 맡을 수 있겠나. 하지만 유근이가 대학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고 집도 어렵고 해서 내가 거둬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게다가 두분 부모님들도 점잖으신 분들이다. 아이를 광고에 내돌리지도 않았다. 나중에 내가 원장을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박사까지 만들 것이다. 물론 박사 학위를 적당히 주지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SCI라는 게 있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논문을 두세 개 써야 한다.


▲이철 동아닷컴 기자

글=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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