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귀족계 ‘연쇄 붕괴’ 조짐

  • 입력 2009년 1월 2일 03시 00분


‘다복회 불똥’에 경제난까지 엎친데 덮쳐

다복회 깨지면서 ‘돌려막기’ 계원들 돈줄 막혀

낙찰 곗돈 높은 이자 감당못하고 잇따라 잠적

청솔회 13억대 법정분쟁… 한마음회도 시끌

《강남 부유층 사이에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던 ‘귀족계’가 잇따라 깨지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난으로 곗돈을 제때 내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난 데다 여러 계에 동시에 가입해 ‘돌려 막기’ 식으로 돈을 굴리던 이들이 다복회가 무너지면서 다른 계에 돈을 납입하지 못하게 되자 후폭풍이 일고 있는 것. ‘한마음회’ ‘청솔회’ 등 부도가 난 일부 고액 계에서는 계주를 상대로 한 고소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마음회’ ‘청솔회’ 잇따라 말썽=1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권모 씨는 청솔회 계주 한모 씨가 최근 계 운영이 어려워지자 잠적해 곗돈 등을 받지 못했다며 13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권 씨는 소장에서 “한 씨의 권유로 2007년 8월 중순 5000만 원짜리 번호계 2계좌에 가입해 돈을 다 냈으나 곗돈을 받지 못했으며, 같은 해 12월에 빌려준 3억 원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씨는 권 씨 외에도 다른 계원 30여 명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계원 50여 명, 75억 원 규모로 운영되던 한마음회가 일부 계원이 납입금을 내지 못하면서 분쟁에 휩싸였다. 납입금을 못낸 이들 가운데 일부는 다복회에 중복 가입했다가 돈을 떼여 말썽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음회 계원들은 계주 이모 씨를 상대로 납입금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내면서, 경찰에 사기혐의로 고소장까지 제출한 상태다.

▽불투명한 낙찰계 방식 운영=귀족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높은 이자를 내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먼저 곗돈을 타는 낙찰계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다복회의 경우처럼 먼저 곗돈을 받은 사람이 높은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잠적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계주와 다른 계원들이 질 수밖에 없다. 또 복잡한 계산방식 때문에 규모가 큰 계일수록, 계원들은 계주의 말만 믿고 곗돈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계원 계주들이 여러 계에 동시에 가입해 ‘돌려 막기’를 해온 점도 피해를 키웠다. 강남지역의 일부 계는 계주가 다른 계를 통해 자금을 운용하거나, 급할 때 서로 돈을 빌려준 경우도 적지 않아 귀족계의 연쇄 붕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 보상 어려워…법적규제 강화해야=귀족계가 깨지며 돈을 떼인 계원들은 피해를 변제받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복회 소송을 맡고 있는 임윤태 변호사는 “계주를 상대로 떼인 곗돈을 받으려면 자금 유용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증거 확보가 힘든 상황”이라며 “먼저 곗돈을 타간 이들을 상대로 채권 추심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계주 쪽에서 자료를 내놓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지익상 부장검사는 “사채업, 기업 인수·합병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귀족계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규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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