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가 좋아서… 석박사 외국인 엘리트 귀화 잇달아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1분


러 3차원 영상권위자-中 연구원-日 선교사 등

“한국을 사랑합니다” 법무부에 한국국적 신청

3차원 영상 디스플레이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국제 유명 저널에 논문 12편과 국제학술회의 논문 19편, 특허등록 5건을 발표한 물리응용수학 박사인 러시아인 블라디미르 사벨리예프(54) 박사.

그는 한국인 귀화 시험에 두 번 낙방하고 세 번째 시험에서 힘겹게 합격했다. 한국인이 되기 위해 이토록 노력한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공언해왔다.

사벨리예프 박사가 한국을 찾은 것은 199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초청으로 정보통신부의 ‘고현실감 3차원 영상시스템 제작’ 관련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3차원 디스플레이’ 기술은 모니터 화면 등을 실제 눈으로 보는 것처럼 입체감과 현실감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영화, 컴퓨터 게임, 화상회의 등 디스플레이가 사용되는 분야에 꼭 필요한 차세대 기술이다.

그는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계속 한국에서 생활했다. 지난해 한양대의 모 교수는 그가 ‘국보급 엘리트’임을 알아보고 국익 차원에서라도 한국에 계속 붙잡아 두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귀화를 적극 권유했다.

때마침 그는 한국 불교에 심취해 ‘청고(靑高)’라는 법명까지 받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음식에 푹 빠져 있던 터라 어렵지 않게 귀화를 결심했다. 그는 곧바로 법무부에 귀화 신청서를 냈다.

한국의 첨단기술도 그의 귀화 동기 중 하나였다. 그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한국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한양대 전기정보통신기술연구소 전임연구원.

사벨리예프 박사 외에도 27일 법무부로부터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귀화 증서를 받은 26명의 외국인 중에는 폴란드인 의사, 중국인 연구원, 일본 명문대 출신 선교사 등 고학력의 엘리트 외국인이 많았다.

중국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뒤 한국에 유학을 와 서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김명국(38) 씨도 이번에 귀화했다. 그는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은 기초배합 사료로 돼지들이 병에 걸리지 않는 친환경 양돈 사양 관리기법을 연구하는 등 현재 서울대에서 농업생명과학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또 폴란드와 체코 국적으로 의사와 자동차 사업가로 각각 활동하다 입국해 한국어교육대학원에 다니는 알리나 씨와 단코 씨 부부, 일본 명문대 출신으로 20년 전 종교단체 자원봉사자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니시무라 히로유키(47) 선교사도 이번 귀화 허가 대상자에 포함돼 있다.

한국인으로 귀화하는 외국인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 일반 귀화자와 결혼 귀화자를 합쳐 2006년 7477명에서 지난해엔 9915명으로 늘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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