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인도 가로막은 가로수

  • 입력 2008년 9월 24일 07시 32분


솟아오른 뿌리 피해 차도로 위험한 통행

대전시 “교체 공감하지만… ” 결론 못내

22일 오후 3시경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덕고 앞 도로.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이 대부분 인도를 마다하고 차도로 들어선다. 학생을 태우러 온 학부모와 학원 차량들이 학생들을 피해 가느라 진땀을 흘린다.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지름 50cm, 높이 10여 m의 가로수(목백합)들이 폭 2m가량의 인도를 상당 부분 점령하고 있기 때문.

인도는 요철이 극심하다. 가로수 뿌리가 가로수 덮개와 주변 아스콘, 심지어 인도 경계석까지 밀어내면서 40cm 안팎까지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인근 우성 및 KAIST 아파트 주민들은 인도가 급경사인 데다 지면이 불규칙해 눈비가 오거나 밤이면 나무뿌리에 걸려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지난해 초부터 대전시와 유성구에 가로수 교체를 요구해왔다.

올해만 해도 1월과 4월 주민 변모(주부) 씨와 여중생 이모(13) 양이 넘어져 각각 갈비뼈와 다리가 부러졌다.

주민 조삼숙 씨는 “나무가 수명이 다했는지 바람이 불면 삭정이가 부러져 내려 차량을 파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성구는 1년이 지난 5월 말에야 대전충남생명의숲 이인세 사무국장, 중부대 조경학과 홍형순 교수, 주민, 학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결론은 너무 위험하니 가로수를 교체해야 한다는 것.

이 사무국장은 “우리 단체도 되도록 오래된 나무를 보존하려 하지만 이곳은 학생들이 인도를 이용할 수 없고 주민들의 사고도 많아 하루빨리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주민들이 이처럼 위험한 상황에서 그대로 지내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인도 폭을 넓히고 도로도 일방통행으로 지정해야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성구의 가로수 교체 건의를 받은 대전시는 “주민들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가로수 교체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주민들은 “대전시가 시장의 ‘3000만 그루 나무 심기’ 시책 때문에 주민과 학생들의 안전까지 외면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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