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시위 수배자 8명 조계사에서 46일째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그들만의 농성’

방문객 줄고 인터넷사이트 응원도 시들해져

“저렇게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천막을 보니까 저도 맥이 빠지네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를 찾은 한 신도가 한숨을 내쉬며 대형 흰색 천막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천막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하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 등이 경찰에 수배된 지난달 5일 이후 체포를 피해 지내고 있는 곳. 수배자 8명은 이곳에서 46일째 농성 중이다.

천막 옆쪽에는 쓰레기가 가득 담긴 큰 쓰레기봉투 몇 개와 아이스박스 등이 아무렇게 놓여 있다. ‘이명박 OUT’ 등이 적힌 피켓들과 확성기, 담요 등은 천막 안쪽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한쪽 구석에는 수건 빨래 등도 어지럽게 널려 있다. 수배자들은 주로 천막 안에 머무르며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중간 중간 담배를 피우기 위해 우정국 옆 ‘편지정원’으로 나오기도 한다. 식사는 조계사 내 직원식당을 이용하거나 간식 등으로 해결한다고 한 신도가 귀띔한다.

농성 초기 ‘촛불 수배자 농성단’이라는 ‘몸자보’를 두르고 부산하게 움직이던 모습은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이 조계사에 처음 왔을 때부터 줄곧 지켜봤다는 신도 최모(43·여) 씨는 “처음엔 북적북적했는데 찾아오는 방문객이 확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이들을 찾아 온 방문객은 10명도 채 안됐다.

경내에서 하던 촛불 행진도 그만둔 상태. 그 대신 날이 어두워지면 천막 앞에 촛불만 켜놓는다.

실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웹사이트에 링크된 ‘조계사 촛불수배자 농성단’ 사이트는 지난달 9일 개설돼 이달 18일까지 총 27만여 명이 방문했지만 18일 하루 방문자는 262명에 그쳤다. 경찰은 조계사 주변 감시 목적으로 배치했던 1, 2개 중대를 철수시키고 경찰관 30여 명만 남겨 놓았다.

신도 박모(47·여) 씨는 “강제로 쫓아낼 수야 없겠지만 지난달 ‘조계종에서 나가라’고 한 불교단체들의 성명이 사실 신도들의 속마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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