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태극기 흔든 ‘8·15 대한민국’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아래쪽이 ‘불량 태극기’ 정상 태극기(위)와 잘못 제작된 불량 태극기(아래)의 모습. 불량 태극기는 둥근 태극이 정상보다 크게 되어 있다, 이것들은 대부분 중국산이라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강혜승 기자
아래쪽이 ‘불량 태극기’ 정상 태극기(위)와 잘못 제작된 불량 태극기(아래)의 모습. 불량 태극기는 둥근 태극이 정상보다 크게 되어 있다, 이것들은 대부분 중국산이라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강혜승 기자
‘불량’ ‘짝퉁’ 태극기가 판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태극기의 상당수가 모양만 흉내 낸 중국산 ‘짝퉁’들이다. 국내 제품도 영세업체가 만든 ‘싸구려’ 태극기가 태반이다. 그마저도 값싼 중국산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국가 상징물인 태극기가 수모를 겪고 있는 것이다.

○ 몇백 원짜리 중국산 태극기의 점령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완구 도매시장에서도 태극기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100여 곳의 도매상이 즐비한 이곳에서 태극기를 파는 가게는 손에 꼽을 정도. 상점마다 내건 태극기가 물결을 이뤘던 지난해 이맘때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상점 주인 박모 씨는 “태극기를 찾는 손님이 없으니 가게들도 이제 태극기를 취급하지 않는다. 지금 팔고 있는 것도 지난해 남은 재고들”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유통되는 태극기는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또 다른 도매상 점원은 “국내에서는 인건비 때문에 엄두를 못 내 공장을 중국에 둔다고 들었다. 특히 대량으로 판매되는 태극기는 십중팔구 중국산”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태극기가 불량이다. 손으로 들 수 있는 응원용 태극기는 천이 아닌 비닐로 만든 200∼300원짜리 저가 제품만 판매되고 있다. 조악한 인쇄 탓에 태극의 빨강 파랑 문양이 겹쳐 있고, 태극과 괘의 규격도 맞지 않는다.

가정용 태극기도 깃대 깃봉을 제대로 갖춘 제품을 찾기 힘들다. 태극기의 깃봉은 꽃받침 5편의 무궁화 봉오리 모양에, 황금색이 원칙이다. 깃대 역시 흰색 은백색 연두색의 견고한 재질의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쉽게 부러지는 플라스틱으로 깃대와 깃봉 구분 없이 만들어진 것이 태반이다.

태극기 제작업체 사장 장만재 씨는 “무조건 값싼 제품만 찾다 보니 질 좋은 고급 제품은 만들 생각도 못한다”며 “예전엔 가정용 기준으로 1만 원대의 고급 태극기도 만들어 봤지만 요즘은 3000원 내외의 저가 제품만 만든다”고 전했다.

○ “국가 상징물 홀대해서야”

태극기에 대한 홀대는 국민들의 무관심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베이징 올림픽에서 게양됐던 엉터리 태극기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사실 불량 태극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 태극기 판매업체 김모 씨는 “많은 사람이 태극기는 공짜로 주는 것으로 생각해 제값 주고 사는 데 인색하다. 그나마 사회단체나 기업에서 판촉용으로 주문을 하는데 다들 저가 상품만 찾는다. 중국산인지 불량품인지 관심도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가 상징물인 태극기만큼은 국내에서 제대로 생산된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에서도 중국산 성조기가 범람하자 상징성을 감안해 미국산을 쓰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미네소타 주는 지난해 성조기 판매점에서 미국산만 팔도록 강제하는 법을 제정했다.

태극기홍보중앙회 이래원 회장은 “중국산 불량품이 우리나라 태극기를 대신하는 것은 국가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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