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법 원칙대응”… 자정 넘어서자 시위대 급감

  • 입력 2008년 6월 28일 03시 01분


대치 직후부터 해산명령 방송경찰이 불법 집회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평소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로 정했던 저지선을 태평로 쪽으로 옮긴 뒤 해산을 종용했다. 홍진환 기자
대치 직후부터 해산명령 방송
경찰이 불법 집회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평소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로 정했던 저지선을 태평로 쪽으로 옮긴 뒤 해산을 종용했다. 홍진환 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의 점거를 시작한 지 34일 만에 경찰이 이 일대에서 시위대를 밀어냈다.

경찰은 27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하는 시위에 전과 달리 강력하게 대응했다.

한때 4000여 명이었던 시위대는 시간이 흘러도 경찰의 저지선이 흔들릴 조짐이 보이지 않자 28일 0시 반경 600∼700명 선으로 줄어드는 등 위축된 모습이었다.

○ 한층 누그러진 시위대

전날과 달리 이날 시위 현장에서는 모래주머니나 버스를 잡아당기기 위한 밧줄이 눈에 띄지 않았다.

시위대 4000여 명(경찰 추산)은 오후 7시 반부터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차로를 모두 점거한 채 집회를 시작했다.

이 중 2000여 명은 오후 8시 반경 가두행진을 시작해 명동과 종로를 거쳐 세종로 사거리로 이동했으나 경찰에 막혀 태평로로 향했다.

나머지 1000여 명은 바로 세종로 사거리로 갔다가 2000여 명과 다시 합류했다. 이들은 오후 9시부터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이명박은 물러가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조중동은 폐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가 폭력적인 행태를 보일 때마다 상당수는 ‘비폭력’ 구호를 외쳐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오후 10시 반에는 한국프레스센터 앞 인도에서 시너를 넣은 물통 몇 개를 전경을 향해 던지고, 빼앗은 경찰 방패를 이용해 경찰버스에 흠집을 냈다.

이 장면을 방송기자들이 촬영하려고 하자 시위대가 몰려가 욕설을 퍼부었다.

이날 집회에는 25일 밤 손가락이 잘려 수술을 받았다는 남성이 맨 앞에 나와 경찰에 항의했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시민과 전경 사이에 앉아서 농성을 하기도 했다.

○ 시위대에 적극 맞서

경찰은 세종로 청계광장 앞에 병력을 배치하고 오후 8시 10분 진압 경고방송을 내보낸 뒤 시청 방향으로 향했다.

지금까지는 세종로 사거리에서 경찰 버스로 차벽을 치고 시위대를 막았지만 이날은 코리아나호텔과 파이낸스센터 사이에서 시위대와 바로 대치했다.

전날까지 청와대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시위대와 직접적인 접촉을 피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경찰은 오후 10시 반경에는 수백 명의 전·의경을 동원해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센터 앞의 인도까지 막았다.

태평로의 연좌농성 현장에 합류하려던 시위대가 거칠게 항의해 몸싸움이 일어났지만 경찰은 단호했다.

시위대의 폭력행위로 하루 전에 큰 피해를 본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건물 앞에도 5개 중대 병력이 각각 배치됐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시위대는 조선일보 계열사인 코리아나호텔 앞 인도에 물병, 음식물이 담긴 쓰레기를 던졌다. 또 호텔 벽을 향해 달걀 수십 개를 던졌다.

경찰은 오후 8시경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경계선 앞에 몰려 있던 시위대 200여 명을 밀어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엄격한 법 집행 의지 보여

경찰의 단호한 의지는 경고 방송에서도 나타났다.

지금까지 시위대의 해산을 설득하던 경찰은 이날 “계속해서 불법 집회를 진행하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 즉시 해산하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경찰 차량을 파손하고 경찰관에게 돌을 던지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오늘 불법행위를 주도한 사람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까지 들어갔다.

이에 앞서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오전에 기자들을 만나 “시위대가 경찰에게 벽돌을 던지고 새총을 쏘고 액젓을 물총으로 쏘기도 했다. 심지어는 빙초산도 뿌렸다”며 “경찰력이 한계에 이르렀고 오늘부터는 엄격하게 법적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극렬 참가자를 겨냥해 색소를 탄 물이 담긴 물대포를 쏘기로 했다. 시위가 끝나도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끝까지 추적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10분 서울광장을 무단 점거하던 집회 참가자의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도 폭력을 행사하거나 철거 작업을 격렬하게 방해하는 시위자 10여 명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한 청장은 “당장은 아니지만 최루액을 물에 타서 물대포로 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폭력 행위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해 전원 구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지역에서는 광명, 평택, 안산, 성남, 이천, 화성, 양주 등 8개시에서 500여 명이 촛불집회를 벌였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대전과 아산, 연기, 천안, 보령, 부여, 서산, 공주 등 충남 7개 시군에서도 이날 저녁 50∼200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가 벌어졌으나 오후 10시를 전후해 해산했다.

한편 보수단체인 라이트코리아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집회는 이제 평화시위도, 문화제도 아니다. 폭력시위를 방치하면 결국 국가가 무정부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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