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지검 “눈물어린 母情어찌 벌하리”

  • 입력 2008년 6월 25일 05시 58분


“밥 좀 먹여주세요” 두 아들 경찰서에 버리고 잠적

전화했다 검거… 檢, 셋방 구해주고 생활용품 지원

A(25·여) 씨는 8세, 9세 된 아들 2명에게 편지를 쥐여주고 경기 수원시 수원남부경찰서 매탄지구대 안으로 들여보낸 뒤 사라졌다. 올해 1월 10일이었다.

편지 내용은 이랬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알지만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려니 너무 고통스럽네요. 여건이 되면 꼭 찾아갈 테니 우리 불쌍한 아이들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세요. 이틀째 아무것도 먹이지 못했어요. 밥을 좀 먹여 주세요.’

그는 1998년 B(35) 씨와 동거를 시작해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낳았다. B 씨는 2006년 집을 떠나버렸다.

A 씨는 충남 연기군의 농장에서 일하며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해고돼 거리를 헤매야 했다.

지난해 12월 하순에는 수원의 양돈농가에 일자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4남매를 데리고 무작정 찾아갔다. 다른 사람이 먼저 일자리를 얻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A 씨는 “추위라도 피하기 위해 수원의 한 병원에 몰래 들어가 환자가 남긴 밥을 아이들과 나눠 먹으면서 1주일가량 생활하다 쫓겨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더는 견딜 수 없어 하자 그는 아들 둘을 매탄지구대로 들여보냈다. “경찰 아저씨들이 밥을 줄 거야”라고 타이르면서….

A 씨는 4월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아이들의 행방을 알려고 지구대로 걸었던 전화가 단서가 됐다.

유기 혐의라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전지검 형사3부 이주영 검사는 A 씨의 편지를 보고 처벌하기보다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범죄예방위원대전지역협의회와 함께 후원금을 모아 셋방(보증금 200만 원, 월세 25만 원)을 구해줬다.

조근호 대전지검장은 4남매의 교육을 위해 컴퓨터 1대를 기증했고 범죄예방위원들은 이불과 쌀 등 생활용품을 전달했다.

이들은 이사할 집을 도배하고 이삿짐도 날라줬다. 어느 병원은 4남매의 무료 진료를, 푸른꿈어머니회는 반찬 제공을 약속했다.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A 씨는 “다시는 아이들과 헤어지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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