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학교에 마을도서관을]“주민과 함께”“책벌레 될거예요”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121호 경남 거창 위천초교

123호 경남 거창 마리초교

“까맣고 못생긴 씨앗에 비가 내리자 새싹이 돋아나고 예쁜 꽃이 되었어요. 우리도 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염원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답니다. 여러분은 뭐가 되고 싶어요?”

책버스에서 새로 분장하고 동화구연을 하던 황정순(44·여) 씨가 묻자 올망졸망 앉아 있던 아이들이 너도나도 “비보이요!” “경찰요!” “보물요!” 하고 소리쳤다. 황 씨가 “넌 지금도 보물이야”라면서 날갯짓을 하자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17일 경남 거창군 마리면 마리초등학교에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과 동아일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도서관을’ 캠페인의 123번째 학교마을도서관이 개관했다.

개관식 전 마리초등학교 학생 25명(1∼3학년)이 모여 ‘책버스 타고 동화여행’이란 동화구연 시간을 가졌다. 서점, 극장 등 문화 시설이 없는 곳이라 이를 처음 접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는 법을 알려주는 ‘마법의 말’이란 동화를 구연해주자 아이들은 “좋은 말을 써야 해요” “상냥하게 말해야 돼요” 하고 호응하며 눈을 반짝였다.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대답을 하던 정진찬(10) 군은 “평소에 책을 잘 안 읽었는데 동화구연을 듣고 나니까 흥미가 생겼어요. 도서관에 책이 3000권 넘게 새로 생겼다니 더 열심히 읽을래요”라고 말했다.

김숙경(45) 교사는 “40분 집중하기도 힘든 아이들이 2시간 넘게 즐거워하며 참여하는 걸 보고 놀랐다.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이런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독서에 열정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동화구연을 해준 황 씨는 “우유를 마시면 몸이 자라듯 동화는 아이들의 정신을 키운다. 정신적 양식을 준다는 의미에서 읽는 이의 감정을 담아 책을 읽어주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양동인 거창군수,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등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고향 거창으로 의료봉사활동을 온 성 원장은 “건강하다는 건 몸뿐 아니라 정신의 건강도 의미한다. 정신을 살찌우는 것이 독서이니 어른들도 책 읽기를 부지런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0일에는 거창군 위천면 위천초등학교에서 121번째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가수 겸 시인 김현성 씨가 학생들이 지은 시에 곡을 붙여 참석자들과 함께 부르기도 했다. 김 씨는 “노랫말이 가지는 문학적 감수성을 책을 통해 배우곤 한다”라면서 “어린이들도 자기가 쓴 시에 음을 붙여 불러보거나 책 읽은 느낌을 노래로 불러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연 교장과 공동으로 학교마을도서관장을 맡은 이재영 면장은 “도서를 장기 대출해 면사무소 내 주민자치센터에 비치해 놓는 등 주민들이 책을 좀 더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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