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육군 중위가 400억 금융사기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고수익 투자를 해주겠다며 동료 군인과 민간인 등 750여 명으로부터 400억 원을 건네받아 가로챈 육군 모 사단 소속 박모(25·3사 41기) 중위 등 현역 장교 3명이 군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투자금 명목으로 건네받은 돈 가운데 수십억 원을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거나 고급 룸살롱에서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창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대학 경영학과 2학년을 마치고 2006년 육군 제3사관학교를 졸업한 박 중위가 금융사기를 계획한 것은 지난해 초.

당시 사채 등을 끌어다 5000만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본 박 중위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원금 보장, 3개월 내 50% 이상 확정수익’을 내세워 주위에서 돈을 끌어 모았다.

군 검찰은 “동기들에게 유능하고 믿을 만한 인물로 평가받아 온 박 중위는 동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투자자를 늘려갔다”고 설명했다.

박 중위는 이 과정에서 3사 동기인 전모(25·육군 모 사령부) 중위와 김모(26·육군 모 특공여단) 중위를 ‘중간 알선책’으로 활용해 인근 부대의 군인과 그 친인척, 민간인들로부터 1인당 평균 3000만∼4000만 원씩 건네받았다. 한 대령 진급자는 이들에게 수억 원을 맡기기도 했다.

박 중위는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모 증권회사 직원을 사칭하고 4월에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무허가 금융회사까지 설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원금과 수익금을 상환하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군 검찰에 따르면 박 중위 등은 총투자금 400억 원 가운데 143억 원은 초기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금으로 돌려줬고 177억 원은 인터넷 다단계 금융회사와 코스닥 상장기업에 투자했다 모두 날렸다.

육군 고등검찰부는 박 중위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전 중위와 김 중위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16일 구속 기소했다.

또 알선책 혐의를 받고 있는 위관급 장교 10여 명에 대해서도 조사 결과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군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창군 이래 군 연루 금융 사기사건 중 최대 규모”라며 “피해자 대부분이 대위 이하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으로 5000만 원 이상의 피해자가 2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5억 원짜리 외제 차에 룸살롱=박 중위는 투자금으로 5억 원 상당의 람보르기니를 비롯해 벤츠와 아우디 등 고가 외제차를 구입해 타고 다니며 증권 투자를 해 큰 수익을 얻고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

또 부대가 있는 충남 조치원에서 서울에 오면 강남 R, I호텔 등에서 숙박하고 고급 룸살롱에서 300만∼400만 원어치씩 술을 마시는 등 40억 원을 유흥비로 탕진했다.

술집 여종업원에게 술값으로 수천만 원을 송금하는가 하면 한 여종업원에게는 1억8000만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박 중위는 일정액 이상의 투자액을 유치한 알선책에게는 고급 외제 승용차와 10%의 알선료를 주는 등 투자금을 물 쓰듯 쓴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군 사정기관 몰랐나=육군 고등검찰부는 4월경 박 중위의 사기행각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해 그 전모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내 정보수집 및 수사기관인 기무나 헌병은 사기행각이 1년이 넘도록 관련 첩보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투자자 중에는 기무와 헌병 요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김종천 차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피해자들에 대한 금융 구제와 부대 관리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육군은 경리장교와 법무관 등으로 피해 전담구조팀을 구성해 피해자에 대한 법률 조언 등을 할 계획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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