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한 법원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8분


■ 대법 양형위 분석… 오늘 첫 공개 토론회

강도 실형선고율 59%인데 횡령은 35%

일반인 48% - 전문가 51%가 “양형 일관성 없다”

양형 기준 내년까지 마련… ‘기계적 계산’ 우려도

지난해 4월 출범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가 1년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16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첫 공개 토론회를 연다.

사법사상 처음으로 양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양형위원회는 국민 1000명, 전문가 229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어 형사사건 피고인 4만2000여 명의 판결문과 사건 기록을 분석한 뒤 연간보고서를 처음으로 발간했다.

양형 기준의 기본적인 틀을 7월까지 마련한 뒤 10∼11월 공청회를 열고 내년 4월까지 공식 기준을 정할 방침이다.

▽믿을 만한 양형 기준 만든다=양형 기준 도입은 설문조사에서 보듯 법원 양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설문조사에서 일반인의 48.2%, 전문가 51.2%가 “양형이 관대할 뿐 아니라 일관성도 없다”고 답했다. 판사 700명 중 64.4%와 검사 371명 중 96.8%는 형사 피고인에 대한 양형이 ‘관대하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은 치밀한 사전계획에 의한 범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학력이나 출신 지역은 양형에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식의 판단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강했다.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법원이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하다는 속설이 통계를 통해 확인됐다.

양형위원회가 범죄 유형 31개의 구속률과 1심 선고형을 분석한 결과 강간과 강도 범죄의 1심 실형 선고율은 각각 57.7%, 59.7%였다.

반면 화이트칼라 범죄로 분류되는 횡령과 배임 범죄의 1심 실형 선고율은 각각 35.2%와 28.1%에 그쳤다.

뇌물죄의 경우 1심 실형 선고율이 28.8%였지만 집행유예 비율은 60.3%로 나타났다.

▽기계적 양형 기준 vs 범죄별 특성 반영=양형위원회는 토론회를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계량화하는 일이 가능하고 바람직한지 △법관의 재량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전체 범죄에 일괄적으로 기준을 적용할지, 아니면 적용 대상을 점차 넓힐지를 결정하게 된다.

양형위원회에서는 법관의 재량 범위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는 의견과 재량을 제한하고 기계적으로 양형을 계산할 경우 오류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양형 기준은 모눈종이처럼 촘촘하게 만들되 일부를 계량화하고 일부 요인을 고려하는 식의 절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양형(量刑)::

법원이 형사 재판 결과 유죄라고 판단한 피고인에 대해 형벌의 정도 또는 형벌의 양을 결정하는 일. 일반적으로 벌금형과 징역형을 어떤 근거로 결정하는지, 징역형의 경우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를 말한다. 벌금 액수와 징역 기간도 양형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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