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미리 가본 한국이민사박물관…월미공원에 13일 개관

  • 입력 2008년 6월 10일 06시 36분


하와이 농장 번호표엔 100여년전 애환 고스란히

이민 1세대의 삶과 애환, 이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 이민사 박물관’이 13일 문을 연다.

인천 중구 북성동 1가 월미공원 안에 있는 이민사 박물관은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 일본 상선 겐카이마루(玄海丸)호가 출항을 위해 닻을 올렸다. 배 안에는 이역만리 하와이로 떠나는 조선인 121명이 타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열심히 일해서 내 땅을 갖고 가족을 배불리 먹이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

최초의 이민자들이 마지막으로 밟은 고국의 땅은 인천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2003년 1월. 하와이에서는 한국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기념행사에 참석한 안상수 인천시장과 교민들은 ‘미주 이민 100년을 맞아 선조들의 개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알리자’는 뜻에서 이민사 박물관을 함께 건립하기로 했다.

그해 11월 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이듬해 타당성 용역과 실시설계를 거쳐 2006년 6월 박물관 착공에 들어갔다.

이민사 박물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에 전체면적이 4127m² 규모로 전시면적은 1449m²다.

지상 1, 2층에는 상설전시실 4개실이, 지하에는 수장고, 영상실, 강당, 기획전시실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4400여 점의 이민사 관련 유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50여 점이 상설전시실에서 전시된다.

전시실별로 초기 하와이 이민부터 중남미 이민 등 한국의 이민사가 망라돼 있다. 이민 1세대들이 사용했던 주방기기, 가구 등 생활용품을 비롯해 미국 본토와 하와이, 멕시코, 쿠바 등지에서 수집한 당시 사진도 전시한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한인 노동자들이 목걸이처럼 걸고 다니던 번호표인 방고와 대한제국 유민원이 발생한 집조(여권), 멕시코 에네켄 농장에서 사용한 수레, 칼, 가위 등의 공구들도 볼 수 있다. 또 쿠바, 파라과이 등 남미 국가로 이주한 한인들의 삶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1860∼1900년대 초기 이민사 관련 유물과 자료를 추가로 수집하기 위해 아리랑TV와 미국 현지 방송사를 통한 홍보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민사 박물관 박은미 팀장은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도 해외에서 선구자적 삶을 이룬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시민과 학생들의 산 교육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인전철을 이용하면 인천역에서 15번 버스를 타고 박물관(월미공원) 앞에서 내리면 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 날은 휴관한다. 단체관람은 예약을 해야 한다. 개관 기념으로 당분간은 무료. 032-440-4627∼8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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