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정권 정관계 로비 의혹 번질수도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14분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 전경.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 전경. 동아일보 자료 사진
■ 검찰, 제피로스 골프장 탈세혐의 조사

국세청이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의 대주주 정홍희(53) 씨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정 씨나 주변 인물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검찰은 최근 국세청에서 제피로스 골프장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 일부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국세청은 3월 서울지방국세청 소속 조사 인력을 파견해 100상자 분량의 서류를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장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를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정 씨의 개인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충북 지역의 중견기업 D사를 운영하던 정 씨는 제주 지역에서 골프장 사업을 하면서 스포츠신문사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해왔다. 정 씨는 현재 골프장과 건설사, 스포츠신문사 등을 소유하고 있다.

제피로스 골프장은 95만9000여 m²에 18홀을 갖춘 골프장으로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대회 등을 개최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개장을 전후해 회원권을 1억 원에 분양해 화제를 모았다. 상대적으로 회원권 가격이 싸 제주 지역 재력가들이 앞 다퉈 사들였다.

검찰은 제피로스 골프장에 대한 세금 포탈 혐의 외에 정 씨의 사업 확장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이 제피로스 골프장의 인허가 과정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계좌 추적이나 관련자 소환 조사 과정에서 정 씨의 개인 비리 외에 새로운 수사의 단서가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 씨가 당시 정치권 인사에게 로비를 하기 위해 정화삼 씨를 영입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정홍희 씨는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서 골프장 조성 공사가 한창이던 2005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화삼 씨를 이사로 영입하고 약 5개월 뒤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53회)인 정화삼 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지난해 6월 당시 노 대통령이 제주평화포럼 참석을 마치고 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기도 했다.

실제 제피로스 골프장은 2004년 6월 착공해 2006년 9월 개장함으로써 착공부터 개장까지 2년 정도 소요됐다. 업계에서는 “상당히 빨리 진행된 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세청이 올 3월 하순 이 골프장의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을 때 노 전 대통령 측근 등에 대한 사정의 신호탄으로 여기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정홍희씨측 “오해 생긴것 같다”

정홍희 씨의 한 측근은 “정홍희 씨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청주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지낸 정화삼 씨와 오랫동안 친분이 두터워 골프장 대표이사를 맡긴 것”이라며 “정홍희 씨가 최근 사업을 확장하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정홍희 씨도 황당해하더라”고 전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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