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덜 받는’ 개혁 기금수명 늘렸다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점진적 제도개선땐 더 연장… 한시름 덜어

2058년 처음으로 ‘받는 사람’이 더 많아져

전문가들 “선진국보다 연금재정 안정돼있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현재 추세대로 운용할 경우 기금 적립금이 2060년에 완전 바닥날 것이라는 ‘2008년 국민연금 재정 추계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2003년 재정추계 때보다 고갈 시기가 13년이나 연장된 데다 정부가 점진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문형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위원장(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금 재정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사실에는 대부분 전문가가 동의한다”고 말했다.

5년마다 실시되는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는 국민연금과 관련된 모든 정책의 기본 자료가 된다. 위원회는 이달 말 보건복지가족부에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할 예정이다.

▽연금 고갈 시기 13년 연장=기금 적립금은 2043년 2464조5070억 원으로 최고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연금 수급자에 대한 지출액이 보험료 수입액을 초과해 2060년에 이르면 214조2250억 원의 적자를 내며 기금이 완전 고갈된다.

2003년 재정추계 때는 기금 적립금이 2035년 1715조3590억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감소하다 2047년 96조1590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고갈될 것으로 예상됐다.

고갈 시기가 늦춰진 것은 지난해 7월 ‘보험료는 종전대로 내고 연금은 덜 받는’ 내용의 제도 개혁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가입자들은 보험료율은 종전대로 9%를 내지만 소득대체율을 올해 50%에서 시작해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내리도록 했다.

▽2024년 500만 명 이상 연금 수령=올해 보험료를 낼 사람은 1740만9000명이지만 연금 수령자는 이의 12.6%인 219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민연금 제도가 궤도에 오르면서 연금 수급자는 급격히 늘어나 2016년 310만 명, 2024년 500만5000명, 2040년 905만3000명을 기록한 후 2046년에는 최초로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1000만6000명). 2058년에는 수급자 1007만4000명, 가입자 1009만3000명으로 처음으로 ‘내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수급자는 늘어난 반면 저출산의 영향으로 보험료를 내야 할 가입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는 2014년 1789만3000명으로 최고치에 이른 후 내림세로 돌아선다.

수급자도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2050년 1026만8000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갈 막으려면 보험료 14%로 올려야=기금이 고갈되면 국내에서도 ‘부과 방식’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 보고서에는 기금 고갈을 방지하기 위한 적정 보험료를 14%로 규정했다. 한 위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 9%로 돼 있는 보험료율을 14%로 올리면 인구증가율을 감안했을 때 영구적으로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금이 완전 고갈되면 국내에도 ‘부과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70년부터 이 방식을 도입할 때 보험료율은 23.2%가 된다. 젊은 사람들에게 소득의 23.2%를 ‘세금’처럼 걷어 노인들에게 나눠주는 것. 2003년 재정 추계에서는 이 보험료율은 39.1%로, 지금보다 15.9%포인트 높았다.

▽추가 개혁 필요한가=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금 고갈에 대한 공포가 과장돼 있는 만큼 지금은 추가개혁보다는 연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본부장은 “52년이 남았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보험료를 지금이라도 13, 14%까지 올려야 한다”며 추가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정은 안정돼 있지만 소득대체율 40%로는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재정 문제가 안정된 만큼 여기에 집착하지 말고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소득대체율::

국민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으로 지급하는 비율. 2008년 현재 50%를 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부과방식::

기금 적립금이 바닥나면 바로 보험료를 걷어서 연금을 지출하는 방식.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적립배율::

재정 상태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지표. 적립금을 지출액으로 나눈 수치다. 가령 32배라면 보험료를 안 걷어도 32년간은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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