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병 한달만에 전국 확산

  • 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경기 안성서도 집단 폐사 정밀조사… 닭-오리값 떨어져 농가 시름

어린이날 연휴 앞두고 치킨배달 주문 ‘뚝’

“경북은 재래시장서 감염 닭 유통돼 확산”

경기 안성시에서 최근 사흘간 토종닭 4000마리가 집단 폐사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조류인플루엔자(AI)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북 지역에서도 닭 폐사 신고가 이어지는 등 전북에서 처음 발생한 AI가 발병(發病) 한 달여 만에 서울, 강원, 제주, 충북, 경남을 제외한 전국 각 시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닭고기와 오리고기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농가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 경기, 경북에서 닭 집단 폐사

농림수산식품부는 4일 안성시의 토종닭 농장에서 AI 의심 신고가 들어와 정밀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아직 고병원성 AI 여부는 확진되지 않았지만 간이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 농식품부와 경기도는 이 농장의 닭 5만7000마리를 도살처분했다. 방역당국은 이 농장에서 반경 500m 안에 있는 오리농장의 오리 1만8000마리도 도살처분할 계획이다.

경북 지역에서도 폐사 신고가 잇따랐다.

영천시에서 폐사 신고가 들어온 지난달 28일 이후 경주, 상주, 경산, 군위, 영덕, 포항, 청송, 칠곡, 예천 등 경북 전역에서 AI 의심사례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군위군 야산에 버려진 닭 10마리는 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고병원성 AI일 가능성이 크다.

○ 한 달여 만에 647만 마리 도살

지난달 1일 전북 김제시에서 처음으로 AI 신고가 접수된 이후 지금까지 59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이 가운데 23건은 AI로 확진됐다.

AI 발생 지역도 전북에서 시작해 전남, 경기, 충남, 울산, 대구, 경북 등으로 확대됐다. 4일까지 도살처분된 가금류는 모두 647만4000마리다.

방역당국은 농가에서 신고를 폐사 즉시가 아니라 며칠 후 하는 데다 재래시장의 소규모 거래가 많아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경북 지역에서는 대규모 양계 농가가 아니라 10∼20마리를 키우는 일반 농가에서 집중적으로 폐사가 발생한 것은 재래시장을 통해 닭이 유통됐기 때문인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경북도는 “폐사 신고가 접수된 닭의 공급 과정이 제각각이어서 경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래시장 상인들도 닭이 폐사할 경우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일반 농가와 재래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양계 농민과 치킨집은 ‘울상’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양계 농가와 외식업계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AI 발생 당시 1349원이었던 닭고기의 kg당 산지 판매가격은 2일 현재 1246원으로 떨어졌다. 또 계란 가격(10개 기준)도 1104원에서 1051원으로 내렸다. 농협 하나로클럽 4개(서울 양재, 창동, 경기 고양, 성남) 매장의 닭고기 하루 매출은 1483만 원에서 736만 원으로 줄었다.

BBQ, BHC, 또래오래 등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평균 매출도 5∼10% 감소했다.

동네 치킨집들도 사정이 좋지 않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치킨배달전문점을 운영 중인 김상근(52) 씨는 “어린이날 전날인데도 오후 3시가 다 되도록 개시를 못했다”며 “AI 발생 후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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