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특검 ‘특검제 비판’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1분


“어떤 걸 수사대상으로 할지 정한바 없어

현행 주먹구구식 제도 바람직하지 않아”

조준웅 특별검사는 17일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행 특검제도의 문제점 등을 공개적으로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99일 동안 특검팀을 이끌어온 특별검사가 특검보와 파견 검사가 배석한 기자회견장에서 특검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조 특검은 “특검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 텐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조금 부적절하긴 하지만 개인적 생각을 말하겠다. 현행 특검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특검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어떤 것을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 정한 바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 법안은 발의 당시 수사 대상에 이미 재판이 종결돼 확정된 사건과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 등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그는 “특별한 경우에 특검이 필요한 면도 있다”면서 “예를 들어 지금까지 통상의 수사 기관이 어떤 경우에서든 수사가 좀 곤란하다고 판단되거나 수사를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판단되는 경우도 더러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가 연루된 옷 로비 특검이나 현직 검찰 간부를 수사한 조폐공사 파업 유도 특검 등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다.

조 특검은 특검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특검제도를 전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기준을 마련해서 기본적으로 특검을 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를 해놓고, 엄정한 절차를 거쳐서 할 수 있게 놔두는 것이 옳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대로 놔두면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어떤 경우에는 이런 식, 어떤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국회에서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와 옷 로비 특검으로 출발한 특검은 삼성 비자금 관련 의혹 특검까지 모두 8차례 진행됐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과 2003년 대북송금 특검 정도만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이나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등은 정치적인 이유로 국회가 특검법을 통과시켰다는 논란으로 출발했으며 결국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놓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제한된 시간에 완벽한 수사를 기하기 어려운 특검의 현실적 고민도 있다. 삼성 특검의 경우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특검 수사에 착수하기는 했지만 김 변호사의 진술에 구체성이 떨어지고 일관성도 없어 특검 수사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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