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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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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권 승계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삼성 관계자들이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은 없나.
“에버랜드 자금 조달의 필요성 때문에 전환사채를 발행했는지, 아니면 이재용 전무에게 전환사채를 몰아주기 위해 사전에 계획을 세워 발행했는지가 배임 혐의 유무를 가릴 수 있는 기준이었다. 구조조정본부의 핵심 인물들이 전환사채를 이 전무에게 몰아주기로 사전에 준비한 흔적이 있다. 공소유지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삼성 관계자들이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면 이학수 부회장은 에버랜드 사건에서 그룹 차원의 공모가 없다고 위증을 한 셈이다. 검찰에 넘겨야 하지 않나.
“전부 자백했다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구조본 관계자들이 사전에 연락을 취하면서 전환사채 발행 내용을 알았고, 이를 보고했다는 일부의 진술을 모았다. 이게 공모냐 아니냐에 대해 우리가 가치평가를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꼭 위증을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사건 관계자들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게 위증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건희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지시를 했나, 보고만 받았나.
“(이 회장은) 지시했다고 자인하지 않았다. 심문을 통해 확보한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니 그런 보고가 있지 않았겠느냐, 정황에 비춰보면 이 회장의 구체적인 지시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겠느냐고 수사팀이 판단한 것이다. 구조본을 통해서 모든 일이 이뤄지기 때문에 구조본은 이 회장의 손발과 같은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구조본이 계획했으면 이 회장도 마찬가지로 안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이 전반적인 상황을 다 꿰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나.
“(이 회장이) 승인을 했다는 것은 구체적인 내용을 전부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게 아니고 이 전무가 인수한다는 결과적 사실에 대해 보고받고 아무 말 없이 ‘알았다’고 하면 승인한 게 아니냐는 뜻이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도 이 회장의 지시인가.
“주주들에게 배정했다가 실권하니까 제3자에게 배정한 게 아니다. 미리 이 전무에게 배정하는 걸 전제로 발행했는데 그때 그 내용을 이 회장에게 보고한 것이다. (이 회장이) 보고를 받고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도 인수에 참여하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시가 있었다고 판정했다.”
○ 차명계좌 비자금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법과 현실의 부조화에서 비롯됐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차명계좌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처벌할 규정은 없다. 금융기관에서 밝혀냈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차명계좌 자체는 엄청난 범죄가 아니다. 여러분 중에서도 차명계좌를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차명으로 유지하고 운용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우리의 경제습관이나 제도에 이미 포함돼 있는 것 아니냐.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양도세 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처벌한 것이다. 이 회장의 배임 혐의도 치열한 법적 이론 공방을 벌여야 할 정도다. 지금 기소하는 배임, 탈세 혐의라는 게 일반적인 배임 탈세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그런 표현을 썼다.”
―비자금을 이 회장의 상속재산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뭔가.
“상법 규정상 자금 거래 전표는 5년간 보존한다. 2002년 12월 이전 거래는 계좌 추적을 할 수 없었다. 자금원을 밝히지 못했으면서도 이 회장 자산이라고 인정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5년치 거래의 특징들을 통해 간접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1994년 3월까지의 주주명부를 확인한 결과 주주 지분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1996년 이 회장에게 판 게 한 번, 이 회장이 400만 주를 채권단에 넘긴 게 두 번째 큰 거래다. 또 (회사 횡령자금이라면) 뭉칫돈이 계좌로 들어와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자금 유입은 보이지 않고 주식을 파는 모습만 있다.”(강찬우 특검 파견 검사)
―비자금이 4조 원대의 어마어마한 규모인데 상속 당시 액수를 확인했나.
“주가 거래표를 다 분석했다. 주류가 삼성생명 주식인데 1987년 주가가 2만 원대였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주가가 급격하게 올랐다. 1997년 당시 3000억 원 정도다. 상속 당시 차명 재산 규모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작았다고 생각된다.”
―차명 보유를 한 이유는….
“1998년 차명을 실명으로 전환하면 조세를 낮춰주는 기간이 있었다. 당시 이 회장이 기간 내에 실명화 작업을 하는 게 어떠냐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서실에서 검토했는데 일시에 실명화할 경우 너무 어마어마한 재산이라 사회에서 거부감을 일으킬 것 같고, 상속세 문제도 있고 해서 절차를 못 지키고 시한을 넘겨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차명 보유를 한 게 아닌가.
“경영권 승계에는 차명 재산을 한 번도 안 썼다. 실명인 돈만 썼다. 차명 재산은 단 10원도 안 들었다.”
―삼성화재의 비자금 12억 원의 사용처는….
“삼성화재 직원이 전부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했다. 그 돈이 구조본에 전달됐다는 의심은 들지만 진술만으로는 용처를 도저히 밝힐 수가 없었다. 삼성화재 관계자들은 개인적 용도, 업무성 경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 정관계 로비 의혹
―로비 의혹과 관련해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은 하지 않았나.
“로비 대상과 관련해 관리명단이 있다고 했는데 (김용철 변호사가) 밝히지도 않았고, 우리가 알 수도 없었다. 김 변호사는 명단 원본이 어디 보관돼 있는지도 모른다. 삼성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고 자기 기억을 더듬어 만든 명단이 있다는 것이다. 명단을 제출할 수 없으면 진술이라도 해 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안 됐다. 김 변호사가 구체적으로 거명한 5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수 있는 상황까지 나아갈 정황이 없었다. ‘나쁜 짓을 해서 돈을 좀 번 것 같다’고 해서 영장을 받을 수는 없다.”
―로비 의혹은 검찰에 인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로비 의혹의 유일한 증거가 김 변호사 진술이다. 거의 대부분이 간접 진술이다. 필요한 부분에 대한 관련자 조사를 다 했다.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수사하다 정황이 더 안 나와 내사 종결로 끝낸 것이다. 검찰에 넘겨라 마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