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 진술 오락가락”… 떡값 실체는 없었다

  • 입력 2008년 4월 17일 20시 35분


삼성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삼성그룹의 뇌물 제공 의혹은 모두 사실 무근으로 결론났다.

특히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실명을 거론한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을 포함한 5명 이외에 비공개로 언급한 로비 대상자 20명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특검은 △김 변호사가 직접 작성했다는 삼성의 관리대상 숫자가 일정하지 않고 △명단을 본 시점도 2000년과 2001년으로 바뀌는 등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성호 국정원장

김 변호사는 김 원장이 2000~2002년 삼성그룹의 관리대상 명단에 들어가 매년 3회씩 수백만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또한 1999년 봄 창원지검 차장 시절 500만원의 금품을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 조사결과 김 변호사가 직접 관리대상명단을 선정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명단에 금품 전달자가 있었는지, 누가 전달자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모순을 보였다. 또한 김 원장이 2000~2002년 지방에 근무할 때의 금품 전달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원장이 창원지검 차장검사로 근무할 당시 직원을 불러 조사했으나 김 변호사가 차장실을 방문한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변호사의 비행기 탑승기록에도 평일 방문기록은 봄이 아닌 그해 1월뿐이었다.

김 원장은 수사결과 발표 이후 대변인실을 통해 "당연한 결과로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고 밝혔다.

▽이종찬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김 변호사는 이 수석도 김 원장과 같은 기간인 2000~2002년 삼성그룹의 관리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2000년 여름 이 수석이 삼성본관빌딩의 이학수 당시 구조조정본부장 사무실을 방문해 휴가비를 직접 받아갔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이 수석의 방문 사실을 목격했다고 지목한 삼성그룹의 직원들은 "그런 사실을 목격한 일이 일체 없다"라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특검은 당시 28층 사무실의 구조까지 파악해 김 변호사의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인지를 확인했으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결론 내렸다.

이 수석은 이날 "사필귀정"이라며 "사실 무근의 주장에 대해 그동안 인내해왔었다. 삼성 특검 수사 결과 늦게나마 진상이 밝혀져 후련하다"고 말했다.

▽임채진 검찰총장

김 변호사는 2001년 임 총장이 서울지검 2차장 때 삼성그룹의 관리대상 명단에 넣었고, 고교 선배인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이 관리했다고 지난해 11월 폭로했다. 또한 2004년 당시 춘천지검장이던 임 총장이 서울지검장이 될 것이라고 장담해 이 전 사장이 임 총자의 관리대상자라고 확신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우선 특검은 2년 후의 검사장 인사를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검사 인사 관례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또 검찰의 특별수사·감찰본부 때에는 "임 총장을 직접 관리대상 명단에 넣었다"고 주장했다가 특검 조사 때에는 "관리명단에 임 총장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바꿨다고 한다.

임 총장은 오세인 대검 대변인을 통해 '관정지수 필유족저'(灌頂之水 必流足底, 정수리에 부은 물은 반드시 발 밑으로 흐른다)라는 한자성어로 심경을 대신 피력했다.

▽이귀남 대구고검장

김 변호사는 이 고검장이 2000년 대통령사정비서관 시절부터 삼성의 관리대상 명단에 포함됐으며, 정기적으로 현금을 제공 받은 사실을 관리대상 명단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고검장이 삼성 비자금 수사를 반대하고 특본 수사 당시 검사들에게 수사를 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고려대 출신 임원들은 "이 고검장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고검장이 사정비서관에 임명된 2000년 2월 김 변호사가 이 고검장을 관리대상 명단에 넣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했다.

특검은 이 고검장의 금품 수수 의혹의 실체가 나타날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었으며, 삼성 관련 사건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

김 변호사는 이 전 위원장이 동기 가운데 최초로 서울지검 부장, 검찰국장을 거친 귀족검사로 2000~2002년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인 금품을 제공받았으며, 고교 동문인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이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특검 조사 당시 제 사장이 이 전 위원장을 관리한 것은 명단을 보고 안 것이 아니라 이학수 김인주 부회장 등의 대화를 듣고 알았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