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초등 3학년? 영어일기 아직도 안쓰니?

  • 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0분


《미국 아이비리그 합격생들은 영어 잘하는 비결로 ‘영어일기 쓰기’를 꼽을 때가 많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영어일기를 써온 덕분에 영어 기본기가 탄탄히 쌓였다는 것이다. 영어일기 쓰기는 초등학생 때 습관화해야 한다.

DYB 최선어학원 대치초등관의 김민지 강사는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 영어일기 쓰기를 시작할 적기”라고 말한다. 처음 학교 영어수업을 듣는 3학년이 되기 전에 영어일기를 쓰는 습관을 길러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표현을 그날그날 일기에 적용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대치초등학교 4학년 조세영 양과 서울 리라초등학교 3학년 이서은 양은 해외 경험이 없지만 또래 친구들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훌륭한 영어일기를 쓴다. 이들의 영어일기에서 좋은 영어일기의 특징을 살펴보자.

○단어는 풍부하게, 문법은 정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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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영 양이 쓴 영어일기는 노트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울 정도로 길다. 막힘없이 써내려간 듯하지만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중복되는 단어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아서다. 오히려 학원이나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어려운 어휘도 종종 눈에 띈다. 김민지 강사는 조 양이 “또래에 비해 아는 어휘가 월등히 많다”고 말한다.

처음 영어일기 쓰기를 시작했던 2학년 때는 4분의 1쪽 정도 되는 짧은 일기에 똑같은 단어나 문장을 반복해서 썼었다. 요즘에는 달라졌다. 전자사전을 펼쳐두고 늘 쓰는 어휘 대신 다른 어휘를 찾아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조 양은 매일 신문기사 동화책 단어책 문법책 등 읽기 자료도 각각 한 쪽씩 읽고 외운다. 영어로 된 글을 많이 접하다 보니 아는 단어가 많아졌고, 같은 단어, 같은 표현만 반복하면 글이 지루해진다는 사실도 깨치게 됐다.

이서은 양의 영어일기는 긴 문장을 완성도 높게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 2월 16일에 쓴 일기 ‘2007년에 일어난 중요한 일들(Important things in 2007)’에서는 아프간 한인 피랍사건을 이야기하면서 ‘탈레반이라 불리는 폭력배들이 한인들을 납치하자, 한국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협의해 몇몇 여성을 풀어주고 예전에 죽은 남성의 시신을 인천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라고 썼다. 단어, 시제, 조동사 등 문법적으로도 거의 흠잡을 데가 없는 완성된 문장이다. 또래 친구들이 ‘I was happy’처럼 짧은 문장을 주로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1학년 때 동화책을 읽고 요약하는 것으로 처음 영작을 시작해서, 1학년 2학기부터 학교와 학원에서 꾸준히 영어일기를 써온 덕분이다.

부모님이 집에서 봐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양의 아버지 이성(37) 씨는 “영어일기 검사를 전혀 안 한다”라고 말한다. 당장 답답하다고 틀린 표현을 고쳐주다 보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제약을 받을 것 같아서다. 오히려 이 양이 문법 공부에 열심이다.

어린이용 영영사전과 한영사전을 찾아보면서 영작을 하고, 학원 강사가 빨간 펜으로 교정해준 부분은 꼭 다시 살펴보며 틀린 부분을 기억해둔다. 그 덕분에 올 2월부터 쓰기 시작한 이 양의 새 영어일기 노트에서는 빨간 펜 표시를 찾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조 양의 영어일기도 문법적으로 정확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조 양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애써 문법을 가르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1970년대식 영어를 배운 어머니들은 문법에 익숙하지만 2000년대식 영어를 배우는 딸들은 영어회화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원어민에게 회화를 배운 딸에게는 ‘조동사는 동사원형이랑 같이 써야 돼’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I can do it, you can do it’처럼 문장을 통째로 외워 쓰도록 하는 편이 빨랐다.

“가끔 일기를 쓰다가 문법을 물어오는데 그냥 네가 감으로 맞춰보라고 말해요. 요즘에는 50∼60% 정도는 맞던데요.”(조 양 어머니)

○한글로 일기 쓰듯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한다

조세영 양과 이서은 양의 공통점은 한글일기도 잘 쓴다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한글로 쓴 일기에서도 매끄러운 글 솜씨를 보여 학교에서 칭찬을 많이 받고 있다.

영어일기와 한글일기는 언어만 다를 뿐 글쓰기의 첫걸음인 일기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표현력이 중요하다.

조 양은 구청에서 주최한 글짓기 대회에서 은상을 탈 정도로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편. 지난해 생일에는 일기 대신 쓴 시를 40개 정도 엮어서 시집을 내기도 했다. 이런 표현력은 영어일기를 쓸 때도 큰 도움이 됐다. 단, 처음부터 한글일기처럼 잘 쓴 것은 아니었다.

조 양의 어머니 박명순(38) 씨는 “2학년 겨울방학에 영어일기를 쓰기 시작한 세영이도 처음에는 ‘어디에 갔다, 돌아왔다, 재미있었다’처럼 단순한 내용을 썼어요. 노트 한 권을 펼쳐서 맨 앞장과 뒷장을 봐도 내용이 똑같았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먼저 시작한 한글일기와 나중에 시작한 영어일기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조 양의 영어일기는 점차 한글로 쓴 일기처럼 내용이 다양해지고 단어사용도 풍부해졌다.

“3, 4학년에 영어일기 쓰기를 시작한다고 해서 바로 그 나이에 맞는 긴 일기를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1학년 때 처음 그림일기 쓰듯 쓴다고 답답해하지 말고, 영어 표현력이 자랄 때까지 기다려주세요.”(박 씨)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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