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마음 속 선생님 그리우시죠?”

  • 입력 2008년 3월 28일 07시 28분


포스코교육재단 18년째 ‘선생님 주제 글쓰기’

포항-광양 일반 초중고교로 확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선생님은 늘 나에게 잘해주셨다. ‘아, 선생님께서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시는구나’라고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 주려 가슴으로 다가오셨던 따뜻한 선생님. 그 사랑을 보여 주신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다.”

경북 포항제철공업고 산업전자과 3학년 강욱(19) 군은 지난해 ‘선생님’을 주제로 한 글짓기 공모에서 ‘가시고기 선생님’으로 최우수작에 뽑혔다.

강 군은 27일 “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가셨지만 늘 내 마음속에 남아 계신다”며 “집안 사정으로 힘들었을 때 곁에서 잘 이끌어 주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교육재단이 재단의 12개 학교(포항 7, 전남 광양 5) 학생 1만1840명을 대상으로 18년째 계속하고 있는 ‘선생님 주제 글쓰기’가 올해부터 포항과 광양의 일반 초중고교로 확대된다. 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산문이나 시에 담아 다음 달 25일까지 재단(054-279-4517)으로 보내면 우수작을 선정해 5월 중 시상할 예정이다.

재단 측이 1990년부터 이 같은 글쓰기를 전통처럼 이어오는 이유는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가 뿌리내려야 교육이 바로 선다는 확고한 신념 때문. 학생은 선생님을 존경하고, 선생님은 학생을 사랑하는 분위기가 학교다운 학교를 만든다는 것이다.

포항제철중에 다니는 아들을 둔 어머니 방모 씨는 2005년 ‘마라톤’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담임교사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자폐증이 있는 아이를 부모보다 더 섬세한 마음으로 돌봐준 모습에 오히려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며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생이 된 아이가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은 그때 받은 선생님의 사랑 때문이었다”고 썼다.

선생님 주제 글쓰기에 이어 재단은 1998년 ‘스승존경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의 싹을 틔운 것은 매년 스승의 날(5월 15일)에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

이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스승 존경을 목표로 삼은 이대공(67) 이사장은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학교에서 존경과 사랑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스승을 존경하면 교사들은 더 열심히 연구해 좋은 교육으로 보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바로 학교 교육을 바로 세우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재단 측은 올해도 스승의 날에 맞춰 모든 학부모에게 스승 존경의 편지를 보낼 방침이다.

재단 측이 2001년 포항시 남구 지곡동에 있는 재단 건물 앞마당에 ‘스승상’과 ‘사도헌장’을 담은 바위를 세운 것도 이 같은 취지에서다. 재단 소속 교원 600여 명의 이름으로 세운 사도헌장에는 훌륭한 스승이 되도록 열과 성을 다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포항제철서초교 박노일(56) 교사는 “이 글쓰기가 확산되면서 학교 분위기도 아주 달라졌다”며 “어떻게 하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사랑과 정성을 다해 가르칠까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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