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 뛰어넘기]시험 요령-족보만으로 통할까요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법학적성시험(LEET), 의·치학전문대학원시험(MEET, DEET) 등 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시험과 외무고시, 행정고시의 1차 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가 어떤 능력을 평가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피기 이전에 한 가지 꼬집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시험에 준비하는 우리 대학생들의 자세입니다.

새로운 시험에 구시대적 방식, 즉 온갖 요령과 기술을 통해 변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는 학생들이 아직 상당수 존재합니다. 심지어 이런 방식으로 서술된 것은 답이 아니다, 저런 식으로 물어볼 경우 답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허황된 ‘족보’가 아직도 유포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험은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판가름하기가 쉽지 않고, 평균 2∼3분에 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요령과 기술에 의존해 보려는 생각이 드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이 한심한 태도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실전 모의고사 문제만 풀면서 요령을 익히거나 감을 기르는 것은 능력 평가 시험에서 적합한 방법이 아닙니다. 출제자를 너무 무시해서는 곤란합니다. 기출 문제나 모의고사 문제만 푼다면 시험이 평가하고자 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 채 표피만 건드리고 끝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능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이런 시험들은 대학 생활을 알차게 보내면서 4년 내내 능력을 배양하면 저절로 대비할 수 있습니다. 시험의 특성이나 영역의 특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능력과 그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전략을 간략히 정리해 보도록 하지요.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한편으로는 깊게, 다른 한편으로는 넓게 대학 강의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우선 시험과 밀접히 관련된 논리학 강의를 통해 논리훈련을 해야 합니다. 보통 대학마다 ‘논리학’, ‘논리와 사고’, ‘논리와 비판적 사고’ 등의 강의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이런 강의를 빠짐없이 들으면서 논리적 사고 훈련을 하는 것은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언어논리’, ‘언어추론’, ‘추리논증’ 같은 평가 영역의 명칭은 이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상황판단’에서도 논리적 사고 능력을 비중 있게 평가합니다.

이런 시험들은 텍스트의 핵심을 정확히 분석하여 파악하는 능력을 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전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고 분석하는 인문학 관련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철학 텍스트는 논리적 독해 능력을 기르는 데에 큰 도움이 되므로, 철학 고전을 독해하는 과목을 활용하면 효과적입니다. 영역별로 도움될 만한 과목을 듣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PSAT의 ‘자료해석’ 영역이라면 통계학 관련 과목을, ‘상황판단’ 영역이라면 행정학 관련 과목 중 정책 결정과 관련된 강의를 들으면 도움이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넓게 접근할 필요도 있습니다. 시험이 평가하는 능력과 직결되지 않아도 다양한 영역의 교양을 갖춘다면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지문이 다루는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지문의 내용을 빨리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전 영역에서 다양한 교양과목을 수강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대학 강의를 통해 능력을 기른 다음에야 기출 문제를 풀고 분석하는 과정이 의미가 있습니다. 기출 문제를 분석할 때는 답만 풀고 지나갈 것이 아니라, 그 문제가 어떤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인지 확인하고, 평가 능력별로 기출 문제를 재분류하여, 출제 빈도가 높은 내용을 반복 학습해야 합니다. 지문도 한 번 읽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학습의 나침반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출제된 지문이니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면 곤란합니다. 그 지문은 다시 출제되지 않겠지만 지문이 다루고 있는 쟁점은 앞으로도 시험의 주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기출 문제와 관련된 이론적 쟁점을 정리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알찬 대학 생활을 통해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이런 시험을 준비하는 왕도이며 정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기 바랍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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