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안철수’는 내가!” 보안전문가 꿈꾸는 아이들

  • 입력 2008년 1월 21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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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보안업계에서 또 다른 '안철수'가 되고 싶어요. 제 이름만 듣고도 사람들이 '아, 보안에 대해서라면 그 사람이 최고지!'라고 말하는, 그런 전문가요." (1학년 박규태 군)

"처음 입학할 때는 실업계 고교인데다 과(科) 이름까지 특이하다고 부모님이 싫어하셨어요. 그런데 저한테 보안전문가라는 목표가 생긴 다음부터는 오히려 응원해주세요." (1학년 김주형 군)

국내 최초로 '해킹보안과'를 만들고 차세대 보안전문가 육성에 나선 한 실업계 고등학교가 과 개설 1년 만에 신입생 지원율이 20%나 느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한세전산고는 지난해 3월 해킹보안과 2개 반을 신설했다. 현재 64명의 학생들이 이 곳에서 보안전문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썰렁한 반응과는 달리 올해는 신입생 지원율이 증가하고 합격점수대가 높아지면서 해킹보안과는 이 학교의 최고 인기학과로 떠올랐다.

이달 8일 열린 신입생 예비 소집일에는 학교 강당이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학교 관계자들은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1학년 1반 해킹보안과 담임인 김기중 교사는 "컴퓨터 보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데다, 커리큘럼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 결과 학생들의 지원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세고 해킹보안과의 커리큘럼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이론(1학년), 컴퓨터 운영체제 및 인터넷, 네트워크 보안 실습(2학년), 해킹 대응에 대한 실전 실습(3학년)으로 이뤄져 있다. 이와 관련된 방과 후 수업도 다양하다.

이는 학과 개설에 앞서 교감을 비롯한 지도교사 5명이 커리큘럼 개발을 위해 강남, 신촌, 종로 등의 해킹 보안 학원들을 찾아다니며 연구하는 등 개설 준비작업을 철저히 한 결과다.

지난해 7월에는 안철수연구소와 산학협력을 체결해 국내 최고의 보안전문가들로부터 직접 수업 조언도 받고 있다.

김 교사는 "지난해 '진로의 날'에는 안철수연구소의 현직 이사가 직접 방문해 최신 보안 동향을 설명해줬는데, 아이들의 관심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해킹보안과 커리큘럼에서 윤리 교과가 강조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보안전문가의 기술을 한 순간 호기심에 이끌려 악용하면 해커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아이들의 윤리관은 확고하다.

이학교 1학년 박동이 군은 "해킹이란 것은 '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누군가가 공격해 올 때(해킹) 그것을 막을 수 있는 힘(보안)이 더 세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학인데도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 해킹 보안대회 출전 준비를 하는가 하면, 컴퓨터 보안 자격증 시험을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1학년 학생은 "컴퓨터 보안은 배울수록 재미가 느껴진다"며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보안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고 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보안 환경이 취약한 상황인데도, 이에 대응할 보안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며 "미래 유망 직업인 보안전문가를 꿈꾸는 학생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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