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정책 비판 입 막기’ 논란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코멘트
“향군 정치활동 금지범위 명시… 어기면 제재”

정부가 재향군인회(향군)의 정치활동 금지 범위를 명문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향군은 현 정부의 대북 안보정책을 비판한 향군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본보가 20일 입수한 국가보훈처의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향군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이 선언적 포괄적이어서 그 범위 등을 놓고 법 위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를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향군법 3조 1항은 ‘재향군인회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라고 돼 있으며 구체적인 금지 범위와 처벌 조항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향군의 정치활동 금지 범위를 △특정 정당의 정강이나 공직후보자를 지지, 반대하는 행위 △정치적 중립을 저해하는 대국민성명서 발표, 광고, 연설 등의 행위 △대통령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가보훈처장이 정치활동이라고 판단하는 행위 등 6개 항으로 규정했다. 이를 위반하면 보훈처장은 해당 향군 임원이나 관계자에게 시정을 지시하거나 해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광역화 추세에 발맞춰 향군 조직 가운데 말단 조직인 읍면동 분회 3418곳을 폐지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달 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향군은 현 정부의 그릇된 대북 안보정책을 비판해 온 향군의 기능과 조직을 무력화하려는 정권 차원의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향군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 등 현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해 대규모 반대시위와 서명운동을 벌여 정부와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다.

향군은 이날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박세직 회장 주관으로 열린 이사회에서 향군의 안보활동을 매도하는 개정 법률안을 거부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향군 관계자는 “언론 출판 집회 등 안보활동 전반을 포괄적 정치활동으로 규정해 처벌하겠다는 발상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이번 대선에서 확인된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민의를 정부가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