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면하는 ‘고급 두뇌’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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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재는 떠나고 해외 인재는 입국 꺼리고

국내 인재는 해외로 떠나고 해외 인재는 한국을 기피하면서 고급 두뇌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두뇌강국으로 가는 길’이란 보고서를 발표한 삼성경제연구소 류지성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데 고급 두뇌의 수급 악화가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급 인력 대탈출=전체 외국인 근로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전문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줄고 있다.

법무부의 외국인 체류 관리 통계에 따르면 취업비자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2006년 현재 32만1420명. 14만5757명이었던 2002년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이 중 단순노무 인력을 제외한 전문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12%에서 4년 만에 7.6%로 줄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조빛나 연구원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취업 이민에서 전문 인력의 비중이 40%를 육박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전문 인력 유출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2000년 10만 명 수준이던 해외 유학생 수도 최근 20만 명을 넘어섰다. 유학생들의 해외 잔류율도 급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국의 고급 두뇌 공동화 현상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3년 미국에서 과학기술 학위를 받은 한국 국적 박사 3400여 명 중 46%가 잔류를 택했다.

▽범정부적 전략 부재=선진국들은 국가 매력도를 앞세워 인재 유치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등이 각각 해외 과학기술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특별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인력에게 E-7(특정활동)비자를 발급하는 정통부의 ‘IT카드’제는 시행 5년째를 맞고 있지만 매년 200여 명을 유치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바이오와 나노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타깃으로 한 산자부의 ‘골드카드’제(E-7비자 발급)와 과기부의 ‘사이언스카드’제(E-1교수비자) 역시 2001년 도입 이후 각각 981명과 749명만을 유치했을 뿐이다.

국가 차원의 전략 없이 부처별 입국 지원 제도만 운영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해외 명문대 보고 배우고 인재 데려와라”▼

KAIST 서남표 총장 공대 학장 등 18명 외국 내보내

‘테뉴어(tenure·정년 보장)’ 심사에서 교수들을 대거 탈락시켜 파장을 일으켰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서남표(사진) 총장이 이공계 학과 보직 교수들에게 외국의 유명 대학을 벤치마킹하도록 특명을 내려 관심을 끌고 있다.

서 총장은 10월 초 보직 교수회의에서 “이제 우물 안 개구리로는 곤란하다”며 “교수들은 자신의 학과와 관련해 가장 선진화된 학문 수준과 교육환경을 보유한 외국 대학들을 찾아 공부하고 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대와 자연과학대 소속 학장과 학과장 등 18명은 12월초 선진 외국 대학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으로 대학 탐방 뒤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KAIST 교수들은 이번 탐방에서 학문의 최첨단 흐름 파악하고 교수 요원으로 유치할 수 있는 국내외의 우수 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인터뷰 등 스카우트 활동과 함께 세계적 대학으로 부상하고 있는 KAIST에 대한 홍보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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