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기술 빼돌린 STX重 사장-상무 구속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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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제영)는 STX중공업의 산업플랜트 사장 구모(61) 씨와 발전본부 상무 김모(54) 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9일 구속했다.

세계 5대 담수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두산중공업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구 씨와 김 씨는 올해 6월과 7월 각각 STX중공업으로 이직하면서 이전 회사의 핵심 기술 수백 건을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 등에 보관해 빼돌린 혐의다.

김 씨는 STX중공업으로 옮긴 뒤에도 두산중공업 현직 직원을 통해 해외 대형 프로젝트 입찰 검토서 등 262개의 영업비밀 자료가 저장된 USB를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STX중공업은 구 씨 등이 빼돌린 핵심기술 및 영업비밀 자료를 이용해 2조 원 상당의 대형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 라빅 지역 담수사업인 ‘라빅프로젝트’ 등 3, 4곳의 해외 대형사업 참여를 추진했다.

STX중공업의 입찰 준비 내부 문건에서 두산중공업의 회사로고는 물론 잘못된 표기까지 그대로 저장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구 씨와 김 씨 외에도 두산중공업 출신 STX중공업 직원이 4명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의 공모 여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담수원천기술사업에 뛰어든 지 2개월밖에 안 된 신생업체인 STX중공업이 경쟁업체인 두산중공업의 20여 년간 노력의 결과물을 그대로 도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려고 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TX그룹 측은 “발전플랜트를 수주할 때마다 해당 지역의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설계되고 이전 자료를 활용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면서 “두산중공업에서 퇴직한 임직원이 가지고 있던 자료는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측은 또 “문제의 자료들은 영업비밀 보호기간이 지났을 뿐만 아니라 쉽게 구할 수 있는 성격이어서 경제적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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