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하이킥]“친구와 글 바꿔 보며 상호첨삭”

  • 입력 2007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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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고득점 고대 수시합격 정유진 씨의 ‘수능후 1주일’

제주도 출신인 고려대 영어교육과 07학번 정유진(19) 씨는 대입 수시모집에서 논술 덕을 톡톡히 봤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수능 점수는 그야말로 “최저 합격선에서 까딱까딱”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원하는 대학, 원하던 학과에 합격하는 ‘막판 역전’을 이루는 데는 논술 고득점의 힘이 컸다.

내신 30%, 논술 70%를 반영한 2007학년도 고려대 2학기 수시전형은 딱 그녀를 위한 전형이었다.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논술시험을 제대로 활용한 정 씨의 논술 공부 비법을 들었다. 고려대는 정 씨의 논술시험 성적에 대해 “최고점에 가까울 만큼 좋은 성적”이라고 밝혔다.

○ 막판 대역전의 찬스를 노려라

수능이 끝나고 고려대 논술고사까지는 딱 한 주가 남아 있었다.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은 모두 짐 싸서 서울로 올라갔다. 고시원을 잡고 논술 학원에 등록하는 것이 정규 코스처럼 여겨졌다.

정 씨는 고집스럽게 제주도에 남았다. 서울에 간다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친구 따라 강남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학원의 일주일짜리 코스에 등록했다. 고려대 기출문제 하나로 하루에 1, 2개씩 글을 쓰고 첨삭을 받았다.

아침에는 고전, 평론 등 논술고사에 자주 출제되는 제시문에 대해 배우고, 점심에는 어제 푼 기출문제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 정 씨가 가장 좋아한 것은 ‘상호 첨삭’ 시간. 다른 친구의 글을 첨삭하고 나서 내 글을 보면 내가 쓴 글이 객관적으로 보였다.

저녁에는 시간을 정확히 재가며 또 다른 기출문제를 풀고 첨삭을 받았다. 이렇게 고려대 기출문제의 유형을 두루 익혀둔 것은 실전에 큰 도움이 됐다. 문제 유형에 익숙해져서 당황하지 않았고, 시간을 재며 연습했기 때문에 실제 시험장에선 10분이나 시간이 남았다.

○ 실전, 이것만은 꼭 기억하라

정 씨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개요 짜기’다. 제한시간이 두 시간이라면 1시간을 개요 짜기에 투자할 정도였다. 처음 개요 짜기를 연습할 때는 공책 한 장에 빽빽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요약해 써 넣었다. 개요는 훈련이 될수록 점점 짧아졌다. 마지막에는 손바닥만한 작은 수첩에 다 들어갈 정도였다.

“개요는 글의 기둥이에요. 개요만 튼튼하면 1시간 내에도 글을 쓸 수 있어요. 개요에 살을 붙여 나간다는 느낌으로 쓰면 절대로 당황하지 않거든요.”

실전에서 명심해야 할 또 한 가지는 ‘문제에서 하라고 지시한 건 반드시 다 해야 한다’는 것. 2007학년도 고대 2학기 수시 논술처럼 통계 자료를 분석해서 다른 3개의 제시문에 적용하는 문제가 나왔다면, 아무리 통계 자료가 어렵더라도 아는 데까지는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그날 응시생 가운데는 통계 해석 문제만 백지로 낸 학생들도 많았다.

“하나도 안 써내는 건 아예 ‘포기’한 거죠. 학교에서 제시한 최소한의 기준도 만족시키지 못했으니까 탈락이에요. 문제를 꼼꼼히 뜯어보고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시키세요. 하나라도 임의로 빼선 안 돼요.”

○ 쓰고 또 써라

“책 읽는 거 안 좋아해요.”

글 잘 쓰는 사람치고 독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없다는데, 정 씨는 예외였다.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읽었느냐고 묻자 “한 권도 안 읽을 때도 많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글 쓰는 것은 너무 좋아한다고. 초등학교 때는 하루도 안 빠지고 일기를 썼다. 재미있게 잘 쓴 일기는 엄마에게 소리 내서 읽어줬다.

“지금 생각하니 일기 쓰기는 모든 글쓰기의 바탕이에요. 내 생각을 처음 글로 표현하는 게 일기니까요.”

글쓰기가 좋았던 그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스스로 교내외 글짓기 대회를 찾아다녔다. 몇 번 상을 타고 나니 재미가 붙어서 더 열심히 쓰게 됐다. 글짓기 대회 경험이 쌓이면서 제한된 시간에 글을 쓰는 데 어느새 익숙해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는 학교와 학원에서 일찌감치 논술을 배웠다. 수능 점수가 상대적으로 약할 것으로 예상되자, 아예 논술 공부와 내신 관리에 몰두했다.

시간 여유가 줄어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혼자서 틈틈이 공부했다. 아침마다 일간지 헤드라인을 훑어보면서 ‘논술 시험에 도움 되겠다’ 싶은 기사를 1∼3개 오려뒀다.

“신문기사를 읽을 때는 논술에 쓸 예시를 수집한다는 기분으로 했어요. 예를 들어, 환경오염에 대한 기획기사라면 근본 문제와 전문가 견해, 대책을 묶어서 통으로 스크랩했어요. 항상 논술의 구성을 염두에 두는 거죠.”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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