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눈에 안띄는 한적한 룸살롱 알아보라”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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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일부는 22일 대전 유성구의 한 단란주점에서 국감을 받는 기관의 관계자들과 수백만 원어치의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승 기자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일부는 22일 대전 유성구의 한 단란주점에서 국감을 받는 기관의 관계자들과 수백만 원어치의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승 기자
과기정위 의원들 22일 국감후 ‘단란주점 향응’… 무슨 일이 있었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피감기관들 간의 단란주점 향응 접대는 최대한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은밀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22일 국감을 받았던 한 기관의 관계자는 25일 “저녁 식사 뒤 갈 룸살롱을 물색하면서 식당과 거리가 가깝고, 기자들과 피감기관의 직원이 안 오고, 조용하고 후미진 곳에 있는 술집을 선택하라는 지시를 위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복수의 단란주점 관계자들은 의원 2명은 ‘2차’를 나갔다고 증언했다.

○저녁 식사부터 시작된 접대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국감을 벌인 과기정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오후 7시경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정식 전문인 C음식점과 고기집인 D음식점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국회의원들은 의원 보좌관, 국회 입법조사관,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두 그룹으로 나뉘어 두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80여 명과 90여 명으로 나뉜 두 그룹은 술을 곁들이며 2시간여 동안 식사를 했다.

D음식점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술을 많이 마셨다”며 “식사가 끝났을 때 일부 손님은 이미 술에 많이 취해 다른 사람들이 부축해서 숙소로 데려가야 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예약을 할 때는 돼지고기를 먹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돼지고기보다 4배 정도 비싼 쇠고기를 주문해 매출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올랐다”고 덧붙였다.

두 음식점에서 나온 식사비 600여만 원은 피감기관 관계자 2명이 법인카드로 절반씩 결제했다.

식사가 끝난 뒤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들은 몇 개 그룹으로 나뉘어 음식점 인근에 위치한 노래방이나 술집으로 갔다.

C음식점 관계자는 “식사를 마친 뒤 여자 손님들이 포함된 30여 명을 인근의 한 노래방에 안내해 줬다”고 말했다.

○단란주점 폭탄주로 이어진 접대

저녁 식사 자리가 파한 오후 9시경 음식점을 나온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관계자 10명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A단란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7개의 방을 갖추고 룸살롱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A단란주점은 유성구의 모텔과 유흥가 밀집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번화가의 뒷골목에 있는 데다 주변에 있는 다른 단란주점에 비해 간판도 작고 입구도 좁아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띈다.

A단란주점 관계자는 “우리 집이 눈에 잘 안 띄는 데다 손님도 많지 않아 당시 손님들이 안심해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A단란주점에 들어선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이 업소에서 가장 큰 방인 ‘VIP1호실’로 안내됐다.

이들은 안주까지 포함해 1병당 20만 원씩 하는 스카치블루 양주를 주문했다.

술집 사장 B 씨는 “(내가) 사회활동을 많이 한 터라 손님 중 일부는 언론에서 많이 본 사람들로 국회의원들이 분명했고 연구단지 관계자들도 동행했다”고 말했다.

잠시 뒤 이들은 일행 중 한 명의 제안으로 맥주를 추가로 주문했고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종업원 없이 술잔이 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요구로 여종업원 3명이 방으로 불려 들어갔다.

그는 “내가 ‘보도방’에 직접 전화를 해 여자 종업원 3명을 방에 넣어 줬다”며 “그 다음부터는 나를 거치지 않고 먼저 방에 들어간 여자 종업원이나 웨이터 등을 통해 여자를 부를 수 있어 자세히는 알지 못하나 추가로 여자 종업원이 더 불려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이 업소 관계자는 “술자리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여종업원 3명이 있었다”고 했다.

폭탄주가 몇 순배 돌자 한 국회의원은 대기하고 있던 피감기관 실무자에게 “박 시장(박성효 대전시장)을 불러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시장에게는 이 같은 지시가 전달되지 않았다.

B 씨는 “의원 6, 7명이 피감기관 관계자와 함께 술을 마셨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술자리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스카치블루 양주가 여러 병 들어갔고 폭탄주는 한 사람당 6, 7잔 정도 먹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술자리는 3시간 정도 이어져 이날 밤 12시경 끝났다. 방에서 나온 의원 2명은 술집 바로 옆의 모텔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술자리가 끝날 무렵에는 일행 중 5명이 ‘2차’를 나가기 위해 비용을 치렀지만 의원 2명만이 여종업원과 모텔에 투숙했다”고 말했다.

B 씨는 “‘2차 비용’을 먼저 받았는데 2명을 제외한 3명은 숙소로 돌아가는 바람에 남은 돈은 피감기관 측에 돌려 줬다”고 덧붙였다.

이날 A단란주점에서 나온 술값은 수백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술을 마시는 3시간 동안 피감기관 실무자와 의원 보좌관으로 보이는 3, 4명은 의원들이 있는 바로 앞방에 자리를 잡고 간단히 맥주만을 마셨던 것으로 전해졌다.



○저녁 식사 뒤 술자리 말 제각각

이날 저녁 식사 때 있었던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의 기관장들은 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으며 식사가 끝난 뒤 술자리를 했던 것은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식사 뒤 술자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자리였는지에 대해서는 말들이 서로 달랐다. 특히 피감기관의 관계자들은 술자리 자체에 대해 모두 모르는 사실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은 “일부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식사를 마친 뒤 술을 더 마시기 위해 어디론가 함께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곳이 정확히 어디이며 어떤 사람들이 같이 갔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기정위 소속 한 의원은 “저녁 식사를 끝낸 뒤 나를 포함해 의원 6명이 노래방에 가서 추가로 양주 한 병을 마셨다”며 “우리가 간 노래방은 단란주점 같은 곳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2차를 나간 의원 일행들이 피감기관들에 접대를 받은 것과는 다른 술자리였을 개연성이 높다.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한편 국감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받은 향응이나 성 접대는 모두 뇌물이라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대전지역의 한 변호사는 “판례에 따르면 직무와 관련해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으로부터 향응이나 성 상납을 받았다면 명백한 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며 “향응의 경우 그 액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회의원이 이미 감사를 끝낸 피감기관으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면 대가성 여부를 따져 봐야 하기 때문에 법률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직무 관련성 등이 인정되는 경우 향응이나 성 접대 모두 뇌물수수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사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성매매 주장과 관련해서는 성매매특별법에 따라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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