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이 이불 안까지 들어와선 안된다”

  • 입력 2007년 9월 10일 03시 06분


코멘트
“법이 이불 안까지 들어와서는 안 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2단독 도진기 판사는 9일 “간통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한 형법 제241조는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문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도 판사는 제청 결정문에서 “(간통은) 본질상 배신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혼법정이나 민사법정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이지 형사법정에 세워야 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배우자가 이미 몸과 마음이 서로 떠났는데 타인과의 성행위를 범죄로 봐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권력이 개입해 (간통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성행위에 지나친 비중을 두는 구(舊)시대적 관념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며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법적권리 향상으로 간통죄의 역할이 의문스럽게 됐다”고 지적했다.

도 판사는 7월 간통 혐의로 기소된 40대 지모 씨 등의 사건을 심리하다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내렸다. 그는 6월에도 “구두(口頭)로 이혼에 합의했다면 배우자를 간통죄로 고소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낸 바 있다.

현직 판사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간통죄 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헌재에서 다시 한번 가려지게 됐다.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문제 제기는 헌법소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포함해 이번이 4번째로 지금까지는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가장 최근인 2001년의 관련 판결에서 “간통죄 존속이 불가피하지만 세계적인 폐지 추세와 사생활 개입 논란 등을 고려할 때 폐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국회 차원의 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