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창의사고력 ‘입시의 KEY’로 뜬다

  • 입력 2007년 9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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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영재교육원-외고 입시 ②중고교 서술형 평가 ③대입 수리논술

《수학교육의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공식에 따른 단순 계산 능력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던 기존 방식이 사라지고, 수학적 원리를 현실에 직접 적용해 보는 ‘살아 있는 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수학교육의 이 같은 변화는 최근 각종 입시에서 수학적 기본개념을 실생활에 응용해 논리적으로 추론해 내는 ‘창의사고력’ 문제가 주요 전형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창의사고력 문제는 수험생이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했는지를 테스트해 볼 수 있을뿐더러, 여러 교과가 한데 어우러진 통합교과적 학습능력을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정답보다 풀이과정을 중시하는 서술형 답안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창의사고력 비중 얼마나 높아졌나

창의사고력 문제는 외국어고와 영재교육원의 선발시험, 대입 수리논술과 중고교의 서술형 평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출제된다.

서울 6개 외국어고가 2005학년도 구술면접 때부터 출제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전국 교육청 영재교육원 1차 선발시험에 ‘논리적 사고 검사’라는 전형요소가 포함되면서 창의사고력 문제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대입 구술면접→외고 구술면접→영재교육원 논리적 사고 검사’로 창의사고력 문제의 ‘핏줄’이 통하고 있는 셈이다.

2008학년도에는 창의사고력 문제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지역 외국어고는 입시의 주요 전형요소인 학업적성검사에서 창의사고력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사고력 측정 문제 중 창의사고력과 수리사고력 문제가 절반씩 출제됐으나, 올해는 70 대 30의 비율로 나올 전망이다.

올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이 치른 자연계 모의논술 시험에도 창의사고력 문제가 출제됐다. 최근 대학 입시에서는 이런 자연계 논술이 강화되고 있다. 올해 2학기 수시모집에서 자연계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이 모두 28개교로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학교 내신을 위한 서술형 평가도 강조되는 추세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중고교 시험의 서술형 문제 비율을 50% 이상으로 하라고 권고하는 등 창의사고력 문제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 실력 높이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창의사고력 문제는 정답이 아니라 풀이과정을 중시한다. 정답이 아니더라도 풀이과정에서 논리적으로 타당한 부분이 발견되면 부분 점수를 받는다. 심지어 문제에 딱 떨어지는 정답 자체가 없을 때도 있다.

특목고 및 영재교육원 입시 전문 교육업체인 ㈜하늘교육 김화자 선임연구원은 창의사고력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이상의 수학 개념을 혼합해 적용하는 복합적인 증명 문제가 많기 때문에 교과서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적용하는 높은 수준의 사고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보자. 2007학년도 서울대 영재교육원 중등부문(초등 6학년 대상) 1차 선발시험(그래픽 참조)에는 ‘지구처럼 둥근 모양의 입체도형 위에 살고 있는 똘똘이라는 생물체가 스스로 구 표면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아는 대로 써라’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한두 가지 수학공식이 아니라, 입체도형과 평면도형의 의미를 인지한 뒤 둘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야 풀리는 복합적인 문제다. △납작한 생물체인 똘똘이는 ‘평면’이고 △이 똘똘이가 입체도형 위를 지나간 자리가 역시 ‘입체도형’이라는 두 가지 가정에서 풀이를 출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창의사고력 문제에 대비하려면 우선 교과서를 꼼꼼히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권한다.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공식을 제대로 익혀둬야 난이도 높은 사고력 문제를 봐도 당황하지 않고 적절한 개념을 찾아내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나온 예제나 연습문제를 따라서 써 보거나 직접 풀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문제를 풀 때는 눈으로만 풀지 말고 직접 연습장에 과정을 써 가며 풀어야 한다. 풀이과정을 쓸 때도 최대한 자세하고 꼼꼼하게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문제를 다 풀었으면 답안을 최종 점검해 오류가 있는지 살펴본다.

다양한 풀이 방법을 차례로 써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른 공식을 적용해 볼 수도 있고 표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려 설명할 수도 있다. 어떤 접근법을 썼는지, 어떤 풀이를 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창의사고력이기 때문이다.

수학에 다른 교과 혹은 영화 소설을 접목해 새로운 창의사고력 문제를 개발 중인 영재사관학원 김형진 대표원장은 “창의사고력은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두면 창의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긴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독해력과 문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사고력은 창의사고력의 출발점이다. 스도쿠 등 두뇌계발용 퀴즈 책을 읽는 것도 평소 수학적 접근법이나 논리력을 기르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상위권 학생이라면 각종 수학 경시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조언한다. 창의사고력 문제는 아무리 철저히 대비를 하더라도 처음 보는 유형의 문제들이 종종 나오는 만큼, 해마다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는 경시대회는 실전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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