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공무원 성과급’ 실상은 나눠먹기

  • 입력 2007년 6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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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99년부터 도입한 공무원 성과상여금 제도가 ‘경쟁원리 도입을 통한 일하는 분위기 조성’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치단체의 실정을 무시한 획일적인 제도 도입과 공정한 평가시스템 정착의 실패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는 것. 상여금 격차나 내부 경쟁을 받아들이지 않는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도 이 제도의 정착을 막고 있다.》

○ ‘n분의 1’로 다시 나눠 갖자

충청권의 한 광역자치단체 K(5급) 팀장은 지난해 업무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아 지난달 말 상여금으로 431만9820원을 받았다. 기본급의 180%다.

그가 받은 상여금은 최근 같은 부서로 전보해 온 동료 과장(B등급·167만9930원)에 비해 무려 2.57배 많은 것.

부서 내 다른 과장과의 갈등을 우려한 K 팀장은 추가로 받은 상여금 중 200만 원을 반납했다. A, B, C등급을 받은 다른 동료들과 나눠 갖기로 한 것이다.

○ 행자부 지침 거부하는 지자체

전국 지자체 중 서울시와 경기도, 대전시, 전북도 등은 이 제도 적용에 비교적 적극적인 편.

하지만 다른 시군 등 기초단체에서는 상여금의 90%를 균등 지급하고 나머지 10%만 차등 지급하는 등 ‘전액 차등 지급’이라는 행자부의 지침을 비켜 가고 있다.

특히 자치단체마다 공무원노조가 출범하면서 상여금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집행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 공무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소규모 기초단체장은 대부분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는 추세다.

이달 중 상여금 10억3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전남 해남군은 2년 전부터 노조와 협의해 상여금의 90%를 균등 지급하고 10%만 차등 지급할 예정이다.

○ 격차 인정하지 못 한다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에 ‘노조자2’라고 밝힌 한 공무원은 “공직생활 30년째인 내가 B등급으로 이제 막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는 9급 후배(S등급)보다 상여금이 50만 원이나 적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부인들 사이에 이 같은 얘기가 나돌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사이에서 가장 큰 불만은 등급 간 지나친 격차.

대전시의 경우 5급 S등급(431만9820원)과 B등급(167만9930원)과는 최고 2.57배까지 차이가 난다.

격차가 큰 연구관의 경우 S등급(472만5510원)과 B등급(183만7700원)의 차이는 무려 288만7810원이다.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이 제도는 참여정부 들어 등급 간 격차와 금액이 점차 확대됐다. 지급 규모가 지난해 총급여액의 2%에서 올해 3%로 확대됐고 앞으로 6%대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줄서기’ 망령 되살아나나

지방 공무원들이 성과상여금제에 반발하는 근거는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상여금제의 핵심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인데 현실은 연공서열이나 실국의 전입순으로 평가를 하는 곳이 많다.

경기도청공무원노조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상여금은 직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봉급의 일부인데 객관적 평가 기준도 없이 직급 간, 등급 간 차별을 둬 지급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개선안을 만들어 이달 안에 김문수 지사에게 개선을 요청할 방침이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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