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유진 오닐 ‘느릅나무 밑의 욕망’

  • 입력 2007년 6월 5일 0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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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났어요. 이날은 많은 사람이 절을 찾아서 자신과 가족의 소원을 비는 연등을 걸었지요. 여러분은 어떤 소원을 가지고 있나요? 성적이 올랐으면 하는 소망, 멋진 이성 친구가 생겼으면 하는 소망, 친구들과 함께 여행 가고 싶은 소망. 다양한 소망이 있을 것 같네요.

이제 소망의 또 다른 이름인 ‘욕망’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망과 욕망은 한 글자 차이지만 그 의미가 사뭇 다릅니다. 무엇을 바란다는 의미에서는 비슷하겠지만, 욕망은 그 무언가를 탐한다는 데서 소망과 차이가 있습니다. 욕망이라고 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면 사람을 죽이는 등 부당한 일을 저지를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1924년 미국 그리니치빌리지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유진 오닐의 희곡 작품 ‘느릅나무 밑의 욕망’은 인간이 갖고 있는 물욕과 애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입니다. 당시 미국은 황무지 개척에 정열을 쏟고 있을 때라 개척 정신이 바탕에 깔린 유진 오닐의 작품에 큰 관심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요. 자, 지금부터 1850년 뉴잉글랜드의 한 농가로 여행을 떠나봅시다.

느릅나무 밑에 자리한 농가에는 늙은 농부 캐버트와 그의 세 아들이 살고 있습니다. 에벤은 그의 막내아들이지요. 두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자식입니다. 얼마 전 에벤의 어머니가 고된 노동에 지쳐 숨을 거뒀고 에벤은 복수의 나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사람이 아버지 캐버트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에벤: (능청스레) 난 돈을 감추어 둔 곳을 알고 있어. 여태까지 난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었지만, 어머니가 나한테 돈이 있는 곳을 말해 주었어. 어머니는 몇 해 동안이나 돈이 있는 곳을 알고 있었지만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었던 거야. 그야 자기 돈이니까. 그 돈은 어머니의 농장에서 껍데기가 빼돌려 몰래 감추어 둔 것이거든. 이제 그 돈은 당연히 내 거란 말이야.

에벤은 ‘껍데기’가 빼돌려 감춘 돈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껍데기’는 자신의 아버지인 캐버트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에벤은 이복형제인 시미온과 피터, 두 형에게 자신이 가진 돈을 줄테니 이 농가를 떠나라고 제안합니다. 두 형은 예전부터 황금광이 넘친다는 캘리포니아로 떠나고 싶어 했거든요. 아버지가 무서웠고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는 탓에 쉽게 집을 나서지 못했을 뿐이지요. 에벤은 그 사실을 눈치 채고는 두 형과 흥정을 한 것이죠. 캐버트가 죽으면 물려받을 농장을 포기하는 조건으로요. 에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가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나요?

시미온과 피터는 농장을 떠납니다. 캐버트가 젊은 여인 애비이를 데리고 온 날이지요. 이제 느릅나무 아래 농가에는 캐버트 애비이 에벤만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왠지 불안합니다. 에벤의 복수심이 날로 달로 커져가기 때문이지요. 에벤의 복수심, 그건 욕망일까요?

캐버트: 음악으로도 무엇인지 모를 그놈의 것을 쫓아 버릴 수 없거든. 그놈의 것이 물방울처럼 느릅나무에서 뚝뚝 떨어져 지붕을 타고 기어 올라와 굴뚝으로 몰래 살금살금 내려와 집안 구석구석을 쑤셔 무엇을 캐고 돌아다니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집안에는 편안한 날이 없고 불안이 사람과 함께 살고 있어. 무엇인지 모를 그놈의 것이 집안에서 사람과 함께 움직이고 있단 말이야.

캐버트는 느끼기 시작합니다. 집안에 떠도는 ‘무언가’를요.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혹시 알고 있나요?

영국 철학자 홉스는 “인간이란 존재는 끝없이 팽창하는 욕망 덩어리다”라고 말했습니다. 느릅나무 밑에 살고 있는 그들을 보면 욕망이란 무엇이며, 그 끝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여러분은 느릅나무 밑에 잠자고 있던 자신의 욕망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어떻습니까, 여러분도 그 욕망이 궁금하지 않나요?

이승은 학림 필로소피 논술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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