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법정]<2>청소년보호위원회의 신상공개는 정당한가?

청소년의 성을 돈을 주고 사는 이른바 청소년 대상 성매수는 참으로 파렴치한 범죄입니다. 국회는 우리 사회의 큰 병폐인 청소년 대상 성매수를 막기 위해 2000년 2월 3일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청소년보호위원회(현재는 ‘국가청소년위원회’로 개칭)로 하여금 범죄방지를 위한 계도문을 게시하면서, 그 계도문에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성명, 연령, 직업 등 신상을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신상공개제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을 받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쟁점이 된 것은 ‘비록 파렴치한 범죄자라고는 하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범죄자의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부분이었습니다.

[1] 키워드 및 배경지식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고의 법이므로, 헌법에 어긋나는 법률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무효가 됩니다. 이때 헌법재판의 기준으로서 헌법의 최고의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할 것인데, ‘인간의 존엄성’에서 파생되는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가 바로 ‘인격권’입니다.

‘인격’ 혹은 ‘인격권’이란 무엇일까요? ‘인격’이란, 글자 그대로,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말합니다. 따라서 ‘인격권’이란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생활 영역을 비밀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생활을 비밀로 유지할 수 없다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도 없을 것이고, 결국 무엇인가에 예속되어 감시당하는 노예 같은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격권’이라고 하여 무한히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나의 자유는 멎는다’라는 법언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가 유지되려면 다른 모든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인격권’도 어느 정도 제한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제한은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할까요? 우리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제한의 기준으로 ‘과잉금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과잉금지 원칙’이란 기본권 제한의 목적이 정당하고, 제한의 방법이 적절하며, 제한에 따른 기본권의 피해가 최소화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제한의 목적과 제한되는 기본권 간에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2] 헌법재판소 결정(헌법재판소 2003. 6. 26)

위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4인은 신상공개제도는 ‘청소년의 성 보호’라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공익 중의 하나를 위한 것이므로 합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나머지 5인은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자의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위헌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6인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하기 때문에, 결국 헌법재판소는 신상공개제도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내렸습니다.

[3] 생각 키우기

신상공개제도는 과연 합헌일까요? 아니면 범죄자의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일까요? 위에서 살펴본 ‘과잉금지 원칙’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즉, 신상공개제도는 ‘청소년의 성 보호’를 위한 것이므로 그 목적은 당연히 정당하다고 할 수 있고, 또한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면 그 범죄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범제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므로 그 방법도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청소년 대상 성매수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신상공개제도 외에는 없는 것일까요? 오히려 청소년 대상 성매수는 범죄자에 대한 치료나 효율적인 감시, 청소년에 대한 선도, 기타 청소년 유해환경 개선 같은 근본적인 예방책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신상공개제도는 비록 파렴치한 범죄자이긴 하지만 그 범죄자를 독자적인 인격의 주체로 인정하기보다 대중을 향한 전시물(展示物)로 전락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청소년의 성 보호’가 매우 중요한 공익임은 물론이지만 ‘인격권’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우리 사회의 중대한 가치가 아닐까요?

[4]더 생각해 봅시다

청소년 대상 성매수를 한 사람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학생의 의견을 말해 보라. (2002학년도 서울대 법대 정시 구술문제)

청소년 대상 성매수를 한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보라. (2002학년도 한양대 수시 구술문제)

[5] TIP

신상공개제도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만큼 각 대학에서 구술시험 문제로도 자주 출제되고 있습니다. 위 문제에 답을 할 때는 우선 인격권의 개념이 무엇이고 왜 인격권이 보호되어야 하는지, 인격권도 제한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한 다음에 신상공개제도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과잉금지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asynonsul.com에 판례 원문과 관련 논술·생활법경시대회 문제

인피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