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농어촌 학교 이동수업… 학부모 운전 자원봉사

  • 입력 2007년 5월 17일 0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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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나중에 훌륭한 인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농로를 달리죠.”

경북 청도군에서 택시운전사로 일하는 정현목(44·이서면 대곡리) 씨는 15일 오전 8시 20분경 이서면 양원리에 있는 칠곡초등학교 운동장에 택시를 댔다.

정 씨는 3학년생 2명을 태워 8km가량 떨어진 남성현초교로 향했다.

5학년 학부모인 정 씨는 4월부터 한 달에 20일 정도 이처럼 어린이들을 다른 학교로 등교시켜 주고 점심시간에는 다시 데려다 주고 있다.

그는 “일에 지장이 있기는 하지만 어린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한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농어촌지역 초등학교에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복식수업.

학년당 학생이 7명 이하인 학교는 교사 1명이 학년이 다른 학생을 섞어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청도군교육청은 복식수업을 없애는 방안으로 ‘학교 간 이동수업’을 생각해냈다.

지난해 방지초교(금천면)와 방지초교 문명분교(운문면)를 대상으로 도입한 데 이어 올해 3월부터 칠곡초교, 남성현초교(화양읍), 매전초교(매전면), 유천초교(청도읍) 등 모두 6개교로 확대했다.

청도군의 16개 초교 가운데 8곳이 지난해까지 복식수업을 했다. 올해부터는 이들 8개교 중 거리가 너무 멀어 이동이 어려운 2곳을 뺀 나머지 학교는 이동수업을 하고 있다.

이동수업 아이디어를 낸 이배식 청도군교육장은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해서 수업의 질까지 떨어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느냐”며 “복식수업을 하는 학교는 대부분 통폐합 대상이지만 통폐합을 할 때까지는 이동수업으로 학생들이 공부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좋은 수업’을 위한 학교 간 이동수업은 꽤 복잡하다.

방지초교 문명분교 3∼6학년생 14명은 매일 스쿨버스로 본교에 간다. 매전초교 2학년생 3명과 5학년생 6명은 유천초교로, 유천초교 1학년생 1명과 3학년생 2명은 매전초교로 이동해 공부를 한다.

칠곡초교의 3학년생 2명과 4학년생 4명은 남성현초교로, 남성현초교 5학년생 3명은 칠곡초교로 옮겨 수업을 한다. 두 학교에는 스쿨버스가 없어 정 씨처럼 택시운전사인 학부모 2명이 학생들을 실어 나른다.

칠곡초교 김장수 교장은 “도시 학교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라도 복식수업을 해소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기초학력을 다지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 수 100명 이하 학교의 통폐합을 권장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대체로 반대하는 분위기다. 청도군의 경우 전교생이 100명을 넘는 초교는 4곳에 불과하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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