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기업 회장 아들 보복폭행 수사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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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 아들이 술집에서 폭행을 당하자 경호원들을 데리고 상대편을 찾아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4일 경찰 첩보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오후 8시 반경 미국에 유학 중인 대기업 A 회장의 둘째아들 B(23) 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술집에서 사소한 말다툼 끝에 조모 씨 등 다른 술집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손님 4명과 시비가 붙었다. B 씨는 이 과정에서 조 씨 일행에게 맞아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눈 주위가 찢어져 12바늘을 꿰매는 큰 상처를 입었다.

격분한 B 씨는 부친 회사 소속 경호원 5명을 데리고 상대편 일행이 일하는 중구 북창동의 술집으로 찾아가 상대편을 찾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경호원들과 술집 종업원들 사이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

경찰 첩보에는 이 밖에도 경호원들이 상대편 4명을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 창고로 끌고 가 폭행했으며 이 과정에 A 회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으나 현재까지 사실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

지난달 28일 첩보를 처음으로 입수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A 회장과 B 씨에게 경찰에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A 회장은 병 치료차 해외로 출국했다는 이유로, B 씨는 미국에서 유학 중이라며 각각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 기업의 경호과장 진모 씨가 대신 경찰에 출두해 “사과를 받으러 북창동 술집에 찾아간 것은 사실이지만 폭력사태는 없었고 서로 합의가 잘됐다”고 진술했다.

이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경찰 첩보와 관련해 “회장의 아들이 경호원들과 함께 상대편 일행이 일하는 술집으로 찾아간 것은 사실이나 보복폭행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랑이가 벌여져 탁자가 뒤집어지고 몸싸움이 있기는 했지만 일방적으로 집단폭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회장은 사건 얘기를 나중에 전해 듣고 현장으로 달려가 ‘남자답게 서로 사과하고 끝내라’고 사태를 진정시킨 뒤 폭탄주를 돌리며 화해를 주선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술집 종업원들이 집단적으로 맞았다는 첩보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목격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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