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찰 첩보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오후 8시 반경 미국에 유학 중인 대기업 A 회장의 둘째아들 B(23) 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술집에서 사소한 말다툼 끝에 조모 씨 등 다른 술집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손님 4명과 시비가 붙었다. B 씨는 이 과정에서 조 씨 일행에게 맞아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눈 주위가 찢어져 12바늘을 꿰매는 큰 상처를 입었다.
격분한 B 씨는 부친 회사 소속 경호원 5명을 데리고 상대편 일행이 일하는 중구 북창동의 술집으로 찾아가 상대편을 찾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경호원들과 술집 종업원들 사이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
경찰 첩보에는 이 밖에도 경호원들이 상대편 4명을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 창고로 끌고 가 폭행했으며 이 과정에 A 회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으나 현재까지 사실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
지난달 28일 첩보를 처음으로 입수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A 회장과 B 씨에게 경찰에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A 회장은 병 치료차 해외로 출국했다는 이유로, B 씨는 미국에서 유학 중이라며 각각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 기업의 경호과장 진모 씨가 대신 경찰에 출두해 “사과를 받으러 북창동 술집에 찾아간 것은 사실이지만 폭력사태는 없었고 서로 합의가 잘됐다”고 진술했다.
이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경찰 첩보와 관련해 “회장의 아들이 경호원들과 함께 상대편 일행이 일하는 술집으로 찾아간 것은 사실이나 보복폭행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랑이가 벌여져 탁자가 뒤집어지고 몸싸움이 있기는 했지만 일방적으로 집단폭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회장은 사건 얘기를 나중에 전해 듣고 현장으로 달려가 ‘남자답게 서로 사과하고 끝내라’고 사태를 진정시킨 뒤 폭탄주를 돌리며 화해를 주선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술집 종업원들이 집단적으로 맞았다는 첩보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목격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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