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비타민]논술 문제 유형별 접근(1)

논술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논술고사에 응시할 학생이나 논술 지도를 하는 교사에게나 중요한 일입니다. 논술 문제를 이해하려면 문제의 유형을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한 다음, 유형별로 어떤 특징이 있으며, 그에 따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대비해 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논술 문제의 유형을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동안에도 논술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해 왔지만 주로 단독 과제형(제시문 없이 논제만 주는 문제), 자료 제시형(제시문을 주는 문제)처럼 문제의 형태를 기준으로 나눈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보다는 ‘문제가 요구하는 작업의 성격’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즉 ‘논술 문제가 어떤 유형의 글을 요구하고 있는가’에 따라 분류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분류할 경우 논술 문제의 가장 기본적인 유형은 ‘해결책 제시형’과 ‘찬반 논의형’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해결책 제시형은 어떤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하는 글을 쓰라고 요구하는 문제입니다. 반면 찬반 논의형은 논의할 쟁점을 던져 주고 관점을 정해서 찬반 논의하는 글을 쓰도록 요구하는 문제입니다. 이렇게 두 유형을 기본 유형으로 보는 것은 자의적인 분류가 아닌 논술의 기본 성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해결책 제시형

논술의 가장 기본적인 성격은 무엇일까요? 바로 문제 해결을 겨냥하는 글입니다. 해결할 문제가 없다면 굳이 주장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논증적 글을 쓸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현상이나 제도의 문제점을 뽑아내서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글은 논술의 가장 기본적 형태입니다. 신문 사설이나 칼럼의 반 이상은 바로 이렇게 문제점이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 대안을 제시하는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논술 문제에서도 해결책 제시형은 가장 자주 출제되고 있습니다. 기출 문제로 예를 들어 봅시다.

[예1] <가>와 <나>를 비교하여 인구 변화의 이유와 그 인구 변화로 발생되는 문제를 분석한 후, <라>를 참고하여 <다>에서 주장하는 <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비판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하시오. (2007 한양대)

[예2] 다음 제시문 (가)에 나타난 사회 현상을 제시문 (나)와 (다)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논하시오. (2004 연세대)

○찬반 논의형

그런데 문제점이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가운데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쟁점들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 쟁점에 대해서는 각자의 견해를 논거와 함께 제시해서 합리적으로 논쟁하며 의견을 조정해 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쟁점을 놓고 찬반 논의하는 글도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의 의견 조정 작업에 속하므로 논술의 두 번째 기본 유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찬반 논의는 두 가지 관점으로만 나뉘는 것은 아닙니다. 3, 4가지 선택지를 주고 여기서 선택하게 하는 경우도 근본적으로는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기출 문제들이 이 유형에 속합니다.

[예1] 이 두 가지 입장 가운데 어느 입장이 타당한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되,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시오. (2007 성균관대)

[예2] 다음 각 제시문에 나타난 ‘앎’을 개념화하여 설명하고,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앎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서로 비교하여 논술하시오. (2003 고려대)

○이해 분석형

이 두 가지 외에도 이해 분석형을 또 다른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제시문을 분석하여 요약하거나 공통주제를 찾는 문제, 그래프나 도표 등의 자료를 분석하여 해석하는 문제 등이 포함됩니다. 예를 볼까요?

[예1] 제시문 (가)는 개화기 직전 조선 사회의 상황을, 제시문 (나)는 오늘의 세계화 상황을 기술하고 있다. 이 두 상황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2008 서울대 모의평가)

[예2] 아래 <도표 1>,<도표 2>는 위의 <제시문>들이 담고 있는 두 견해 중 하나를 지지하고, <도표 3>,<도표 4>는 다른 하나를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시오. (2007 성균관대)

논술 문제의 유형을 구분해 보는 것이 왜 필요할까요? 우선 논술에서 평가되는 주요 영역은 서울대의 평가 기준표에 잘 나타나 있듯이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이해 분석력: 논제와 제시문을 이해하는 능력

(2) 논증력: 근거를 설정하고 논리적으로 구성 조직하는 능력

(3) 창의력: 심층적이고 다각적으로 문제에 접근하여 독창적인 논의를 전개하는 능력

(4) 표현력: 표현을 적절히 할 수 있는 능력

이때 문제의 유형이 달라지면 평가의 주된 대상 영역도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우선 이해 분석형 문제는 당연히 이해 분석력을 주로 평가합니다. 찬반 논의형 문제에서는 논증력을 봅니다. 자신의 관점을 정한 다음 적절한 근거를 선택하여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해결책 제시형에서는 어떤 능력이 부각될까요? 바로 창의력입니다.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다각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논술 문제를 출제하거나 학습에 활용할 때, 어떤 능력을 주되게 평가하고 주되게 훈련시킬 것인지에 따라 문제 유형을 선택하고 활용하면 효과적인 평가와 학습이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유형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