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하준우]“이런 학교도 있었나?”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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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교도 있었나? 공교육이 다 무너진 줄 알았더니….”

“교사들이 똘똘 뭉치면 학교가 이렇게 바뀌는군.”

본보가 연재하고 있는 ‘희망이 싹트는 교실’에 대한 반응의 일부다. 많은 학생이 사교육에 매달리는 현실에서 공교육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는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는 데 모두 공감한다. 학부모, 교원단체나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도 공교육의 체질 개선을 우선 과제로 꼽는다.

공교육은 사교육에선 찾아볼 수 없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두 달 단위로 수강료를 받는 사교육은 짧은 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고교까지 12년이란 긴 세월을 포괄하는 프로그램을 사교육에선 찾기 힘들다. 공교육은 차근차근 기초를 다져 높은 탑을 쌓는다는 지향을 갖고 있다. 학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요한 교육 목표인 인격 함양에 이르면 사교육 예찬론자의 목소리는 작아지게 마련이다.

공교육의 주체인 교사의 사명감과 초기 자질은 사교육 강사에 비해 뛰어나다. 교사들은 경쟁률이 높은 ‘교사 고시’를 통해 임용된다. 일정한 학력을 갖추고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쳐야 교사가 될 수 있다. 학교 안팎에서 사명감을 요구받고 높은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균질한 집단이다.

집단의 균질성은 파괴력을 발휘한다. 삶의 여건이 비슷한 집단은 의사소통이 원활할 뿐만 아니라 현안에 대한 단결력이 이질적 집단에 비해 크다. 이런 집단이 무사안일이나 이기주의에 빠지면 무섭다. 40만 명이나 되는 초중고교 교사가 직업 안정성을 바탕으로 ‘내 한 몸 편하자’고 들면 학생과 학부모는 곤경에 빠진다. ‘학원 강사가 교사보다 낫더라’는 등의 이야기가 떠도는 하나의 원인이다.

교사의 균질성은 현실 타개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희망이 싹트는 교실’에 등장한 교사들은 학생을 위한 열정으로 뭉쳐 있었다. 한두 명의 교사나 교장이 어렵사리 내디딘 변화의 첫걸음은 교사들의 공감을 불렀다. 마치 웃음의 파동이 균질한 공기 분자를 타고 좁은 공간에서 공명하듯 변화의 의지가 학교 전체를 휘감았다. 이들은 시골에서 대도시까지 각기 처한 현실은 다르지만 다양한 결실을 봤다. 학생과 학부모는 이런 교사들을 존경할 수밖에 없다.

교육 현장의 성공 모델은 화려한 수사로 포장된 정책보다 낫다. 정책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장 적합성이 불분명해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힘들다. 현장 모델은 이미 검증이 끝나 어느 학교에서나 적용 가능한 구체적 지침을 갖춘 공교육 정상화의 비법(秘法)이다.

변화가 쉬운 건 아니다. 학교 분위기를 확 바꾼 한 교장은 이전 근무지에 대해 묻자 말 꼬리를 흐렸다. 수년간 공을 들여 학교를 바꿨다고 생각했지만 이임하자마자 학교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더라는 것이다.

교육 당국은 이미 움튼 희망의 싹이 좌절되지 않도록 자양분을 공급해 현장 모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일회성 표창이나 시범학교 지정 등 기존 틀에 안주할 일은 아니다. 예산을 투자해 싹을 튼튼한 나무로 키우고 씨앗을 퍼뜨려야 한다. 다양한 현장 모델이 전국에 퍼지면 공교육의 체질 개선과 교육 다양화는 절로 이뤄질 게다.

하준우 교육생활부장 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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