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비타민]글쓰기 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4)

  • 입력 2007년 4월 10일 02시 55분


코멘트
비판적 평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틀린 것 가려내 좋은 대안 제시해야

비판적 평가 능력은 대학인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이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도 비중 있게 평가됩니다. 이번 회에서는 비판적 평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비판적으로 평가할 때에는 먼저 틀린 것과 다른 것을 잘 가려서 읽어야 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는 최소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상대 주장이 틀렸을 경우입니다. 둘째는 상대의 주장이 틀리지는 않지만 내가 더 좋은 대안을 갖고 있는 경우입니다. 비판적으로 평가할 때에는 두 경우를 잘 가려서 접근해야 합니다. 교사가 학생의 글을 지도할 때 두 경우를 잘 가려서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교사는 학생의 생각이 자신의 것과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지적해서는 곤란합니다. 학생의 생각도 하나의 의견으로 성립할 수 있을 경우에는 “너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라고 말해야 합니다.

비판적으로 평가할 때, 나의 처지에서 접근하든 혹은 주어진 관점에서 접근하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틀린 부분이 없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틀린 것에 대해서는 왜 틀렸는지 제대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어떤 부분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나의 평가는 분명 주관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냥 평가만 내린다면 단순한 느낌이나 인상을 말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평가가 단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서 누구라도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근거와 이유를 들어야 합니다.

결국 비판적 평가는 평가 자체의 예리함도 중요하지만 그 예리함을 뒷받침할 수 있는 든든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나아가 비판적 평가에서는 틀린 것은 아니지만 더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부분도 지적해야 합니다. 이때에도 평가자가 제시하는 대안이 왜 더 좋은 것인지 근거를 들어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좋은 평가가 됩니다.

무엇이 틀리고 부족한지 평가할 때에는 평가자의 관점과 처지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필수적으로 적용할 평가 기준들이 있고, 그에 따른 단계적인 접근도 필요합니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떤 순서로 접근해야 할까요?

첫째 단계는 우선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는지 평가해야 합니다. 무슨 뜻인지 잘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분명하고 명료하게 전달되는지 살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틀려도 명료한 주장이 불명료한 주장보다는 백 배 낫습니다. ‘애매함’과 ‘모호함’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부터가 애매모호한가요? 애매함은 다의성입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인 것은 분명한데 어느 것인지 결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반면 모호함은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입니다. 버스에서 여학생이 친구랑 같이 앉아 있는데 앞에 서 있는 남학생이 웃을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나를 보고 웃는지 친구를 보고 웃는지 모른다면 애매한 것입니다. 그런데 좋아서 웃는지, 음흉한 웃음인지, 아니면 표정이 원래 그런지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전혀 알 수 없다면 모호한 것입니다. 애매함이 모호함보다는 좀 더 낫다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오십보백보입니다. 실제 논증적 글에서도 의외로 모호한 주장이 가끔 등장합니다.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내 머릿속에는 정보가 들어 있지만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갑자기 논술비타민을 쓰다가 “나는 부자다”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전달되는 정보가 있습니까? ‘부자’라는 말의 뜻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 말이 재산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전달되는 구체적 정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주장은 모호한 주장입니다. 따라서 명료하게 주장하기 위해서는 항상 독자의 편에 서서 접근해야 합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명료한 주장을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다음 단계는 주장의 내용이 정확한지 따져 보는 것입니다. 거짓이거나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 단계는 적절성을 따져보는 것입니다. 뜻도 잘 전달되고 내용도 참이지만 맥락에 맞지 않는 엉뚱한 주장은 아닌지 살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안락사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따지는데 안락사는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만 하고 있으면 적절한 결론이라 할 수 없습니다. 논의의 초점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또한 외계인이 과연 존재하는지 따지는데 사람들이 모두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있음을 근거로 내세운다면 적절한 주장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믿음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주어진 논증에서 결론이나 근거가 적절한지를 따지는 것은 비판적 평가에서 가장 핵심적인 일입니다.

그물코를 좁게 하면 따져볼 점들이 더 나옵니다. 적절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중요한 논의인지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논의할 내용이 다 논의되고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었는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앞뒤 흐트러짐 없이 논리적으로 일관된 논의를 하고 있는지도 평가해 보아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든 평가의 이유와 근거를 밝혀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憫ㅗ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