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울릉도 ‘비상도로’ 무산 위기

  • 입력 2007년 2월 2일 0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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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도로도 안 된다니 올여름 태풍이 벌써 걱정이네요.”

경북 울릉군 서면과 북면 주민은 거의 매년 태풍으로 바다와 인접한 도로가 끊겨 일주일 넘게 고립된 생활을 하곤 한다.

이는 일주도로 가운데 수km가 미개통 상태여서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태풍이나 산사태 등으로 도로가 조금만 끊겨도 배가 아니면 돌아다닐 방법이 없다.

주민의 이 같은 불편을 덜어 주기 위해 울릉군은 2년 전부터 울릉읍 저동리 내수전∼북면 석포리 3.5km를 ‘비상도로’로 뚫을 계획을 추진해 왔다.

태풍 등 긴급 상황이 닥치면 읍내와 연결될 수 있는 비상도로인 셈이다.

1일 울릉군에 따르면 대구지방환경청은 최근 이 구간에 도로를 내면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며 부적합 평가결과서를 보내 왔다. 또 일주도로가 완전 개통될 경우 이중으로 길이 생겨 낭비라는 점도 지적됐다.

울릉도의 해안선을 따라 만드는 일주도로는 주민에게는 ‘한(恨) 맺힌’ 길이다. 1962년 울릉도 종합개발계획으로 시작된 일주도로 개통사업은 45년째 이어지고 있다.

2001년에 내수전∼섬목 4.4km를 남겨둔 채 40km를 뚫었지만 미개통 구간은 언제 완성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일주도로는 지방도(926호)여서 울릉군이 공사를 주도할 처지도 못 된다.

울릉군 한봉진 토목담당은 “지방도 관리 주체인 경북도에 공사 추진을 건의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추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역시 1500억 원가량으로 예상되는 미개통 구간의 공사비 조달이 막막한 상황이다.

경북도 도로과 관계자는 “2005년 건설교통부에 울릉도 일주도로를 국도나 국비지원지방도로 승격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아직 확답이 없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미개통 구간에 터널을 뚫을 경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면서 공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릉군의회 배상용 의원은 “오죽했으면 비상도로라는 표현까지 하면서 길을 내려고 했겠느냐”며 “일주도로 완공은 불투명하고 비상도로 건설은 불가능한 처지여서 주민이 올여름 태풍을 두려워해야 하는 게 울릉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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