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와인도 신토불이 아닌가요”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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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한국산 포도주로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려는 꿈을 가진 포도농군 원종현 씨와 아들 윤호 씨가 직접 생산한 ‘아리안’을 선보이고 있다. 이동영  기자
5일 오전 한국산 포도주로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려는 꿈을 가진 포도농군 원종현 씨와 아들 윤호 씨가 직접 생산한 ‘아리안’을 선보이고 있다. 이동영 기자
원종현(54), 윤호(28) 씨 부자(父子)는 한국산 포도주 재배에 나선 포도 농사꾼이다.

대대로 경기 포천시 가산면 우금2리에 터 잡아 살아오던 원 씨는 30여 년간 포도만 키워오다 수입 농산물이 밀려드는 사태를 맞고는 포도주 생산에 뛰어들었다.

어설프게 포도주 선진국과 겨루겠다는 무모함은 일찌감치 접었다.

그 대신 포천시에서부터 주민들에게 인정받고 우리 농산물로 만든, 우리 입맛의 포도주라는 점을 전국에서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원 씨는 “수백 년 전통의 포도주 생산국 실력을 한국 농민이 따라잡으려면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리겠는가”라며 “우리 포도가 한국사람 입맛에 잘 맞듯, 이 재료로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가산면 일대는 가을철 일교차가 특히 크기 때문에 포도의 당도가 높다는 게 원 씨의 설명이다.

포도 생산만으로도 1000평당 약 2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고 했다. 그보다 안정적이고 3배 가까운 고수입을 올릴 수 있는 소재가 바로 포도주였다는 것.

21세 때 영농후계자로 나선 아들 윤호 씨가 가공판매의 중요성을 강조해 아버지를 설득한 결과였다.

지역 농가들을 위해 단순 생산에서 가공분야를 개척하도록 적극 지원한 포천시가 경기도까지 설득해 도비를 끌어온 것도 큰 힘이 됐다.

원 씨 부자는 2년여 준비 끝에 경기도와 포천시의 재정 지원, 조합법인에 참여한 인근 농민들의 출자 등으로 숙성, 보관, 포장 시설을 갖춘 포도주 제조 공장을 만들어 지난달 20일 준공식을 하고 본격 시판에 나서게 됐다.

생산기술은 모 대학에 자문을 하고 ‘아리안’이라는 상표와 도안도 전문 업체에 2000만 원을 주고 개발했다.

수확한 포도를 16∼20일 발효시켜 지하 10m 저장고에서 1년 이상 숙성시킨 뒤 파이프 라인을 통해 1층 포장기계로 끌어올려 병에 넣고 판매하는 구조다.

서울와인스쿨 김준철(54) 원장은 한국 포도주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표시했다.

외국 포도주 생산 품종과 한국 포도종이 달라 외국인이 한국 와인을 마시면 무척 낯설어 할 것이란다.

그는 “대신 생산지역의 특산 음식과 포도주를 결합해 홍보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입맛부터 공략한다면 포도농가가 큰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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