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학생 놔두고 퇴근하는 교사 없어”

  • 입력 2006년 10월 12일 06시 58분


코멘트
지난달 28일 오후 충남 아산시청 대강당. 아산시장을 비롯해 시내 19개 중고교 교장과 교사, 학부모 등 4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초청 강연에 나선 것은 경북 문경시 점촌고 고명원(59) 교장. 그는 2시간 동안 ‘명문학교 만들기’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강희복 아산시장은 “이젠 교육 여건이 얼마나 좋은지가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가 됐다”며 “교직원이 똘똘 뭉쳐 명문학교 만들기에 나선 점촌고의 사례는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점촌고는 1985년 개교한 공립학교로 문경새재에서 자동차로 20분가량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다. 학교 입구에는 ‘일류화 차별화로 미래에 도전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해 이 학교 졸업생 190명 중 70%인 139명이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대학과 의약계열, 교대 등에 입학했다. 종전 3년 동안의 진학률도 이와 비슷했다.

개교 당시 산비탈에 들어선 이 학교는 지역 학생들에게 기피 대상이었다. 문경시에서 공부를 좀 한다는 중학생은 대부분 외면했다.

문경 출신으로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고 교장은 개교와 동시에 이 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그는 당시 학교 측에 우수한 입학생에게는 ‘3년 장학금’을 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교육공무원이 장학금을 내걸고 학생 유치에 나서는 것을 보고 주위에선 의아하게 여겼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학교가 ‘죽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99년 다른 학교로 갔다가 2004년 9월 다시 이 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그는 교장실의 한쪽 벽면에 전교생의 얼굴 사진과 이름을 담은 액자부터 걸었다.

그는 전교생의 얼굴을 알고 이름도 외운다. 그는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켜 각자 원하는 진로를 개척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35명의 교사와 학생들 모두가 오후 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동안 그는 늘 교장실을 지킨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부대끼며 공부하는데 교장이 어떻게 먼저 집에 갈 수 있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가장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은 ‘공교육 위기’라는 말이다.

고 교장은 “점촌고에 입학하는 학생 대부분은 보통 수준이기 때문에 정말 공교육이 위기라면 이런 시골학교는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라며 “교직원이 학생들과 뒹굴면서 노력하면 안 될 게 없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