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재락]분규도시 울산, 시민은 괴롭다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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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3시경 울산시청 남문 옆 인도. 택시회사인 화진교통 노조가 전날 설치한 대형 천막 2동과 현수막 때문에 행인들은 인도가 아닌 차도로 지나다녔다.

시청 남문 두 기둥에는 검은 종이에 흰 글씨로 ‘근조 울산시’와 ‘근조 택시정책’이라 써 붙였고, 고성능 확성기로 하루 종일 노동가를 틀거나 규탄연설을 하고 있다.

울산은 7일 현재 화진교통 외에도 현대자동차 노조와 건설플랜트 노조, 덤프연대가 파업에 돌입했거나 장외집회를 연일 열고 있다. 울산시 전체가 노사분규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 결렬로 지난달 26일부터 하루 2∼4시간씩의 부분파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회사가 11일 협상에서 노조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투쟁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지난해 70여 일간의 파업과 격렬한 가두시위를 벌였던 울산건설플랜트 노조도 임단협 결렬로 6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원 수백 명이 태화강 둔치와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 연일 집회와 가두 선전전을 벌이는 바람에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지역의 노사 현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19일부터 울산지역 100여 개 사업장 4만여 명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차와 협력업체는 7일까지 6700여억 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 건설플랜트 노조의 파업으로 석유화학 관련업체는 여름 정기 보수작업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울산이 올해도 어김없이 ‘노사분규의 핵심 도시’로 떠오르자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울산의 한 언론사가 최근 이 지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1.9%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노조 파업은 자제돼야 한다”고 답했다.

울산시청 인근 사무실에 근무하는 이모(54) 씨는 “고성능 확성기의 소음 때문에 사무실에서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라며 “경기도 그렇고 북한 미사일 문제 때문에 어수선한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구시대적 시위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락 사회부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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